정부, 거시경제금융회의 열어…양적완화 불확실성 내년초까지 갈 수도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 규모를 유지키로 했음에도 정부는 긴장의 고삐를 더욱 단단히 죄었다. 미국이 단지 축소 시기를 늦췄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양적완화 출구전략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명제 하에 단기적 대응과 중장기적 관리를 병행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펴나가기로 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 18일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달 850억 달러어치의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양적완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달부터 월 100억~150억달러쯤 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상을 깬 것이다.
이번 연준 결정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부는 양호한 경제기초체력과 최근 한국물 지표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현재까지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주요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비상 모니터링 체제를 유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기로 했다.
추석 연휴 기간 중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경제장관 회의에서 대응책을 논의하고 돌아온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FOMC가 일단은 양적완화 유지 결정을 내렸지만 출구전략을 하겠다는 방향은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구조조정 노력과 재정건전성 유지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만간 양적완화 출구전략이 현실화될 것임을 시사, 한국도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도 정부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양적완화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추경호 기획재정부 차관은 이 자리에서 “시장 전문가들도 FOMC 직후 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다가 신중한 분위기로 돌아선 것이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단지 연기된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며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을 강조했다. 당초 FOMC의 결정을 한국경제에 호재로 받아들였던 정부가 추석 연휴를 거치며 리스크 요인에 대한 인식을 강화한 것이다.
특히 정부는 해외투자자들은 우리의 대외건전성과 더불어 향후 경제성장과 재정전망, 공기업 및 가계부채 등 국내 경제정책 이슈에 주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이 신흥국과 차별화되는 과정에서 경상수지 흑자, 대규모 해외자금 유입으로 인한 쏠림현상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과도하게 들어오면 원화가치가 올라가 수출에 악영향을 수 있는데다 한꺼번에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경우 금융시장이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당분간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의 유출입 등 양방향 변동성을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또 지나친 자본유출입에 대응해 필요할 경우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도 보강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