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식담당자는 ‘을’이 아니다 - 김미정 시장부 기자

입력 2013-09-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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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슈퍼갑, 코스닥 상장사 주식 담당자는 슈퍼을쯤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이하일 수도 있겠네요.”

모 코스닥시장 상장사 기업 주식 담당자(주담)의 넋두리다. 주담들은 스스로를 기업설명(IR)을 담당하는 전문직이 아닌 감정 노동자라고 하소연한다.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빗발치는 투자자의 항의 전화도 그렇지만 ‘슈퍼갑’으로 군림하는 금융당국의 고압적인 태도 역시 그들에겐 큰 스트레스다.

얼마 전 한 코스닥 상장사 주담은 금융당국 직원과 통화하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고 했다. 그는 “담당직원이 잘못 이해해 분기 실적이 최소 기준을 넘었음에도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간다고 한 적이 있다”며 “아무리 설명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담은 금융당국에 들어설 때마다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몸담고 있는 업체가 한때 코스닥 시장에서 작전주로 이름을 날린 적이 있어 담당 직원이 모든 일을 삐딱한 태도로 바라본다”며 “업무 처리로 만날 때마다 항상 주눅이 드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주담들이 이 같은 고압적 태도를 견뎌야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슈퍼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한 번 잘 못 찍히면 자본조달은 물론 공시 처리 등 업무를 할 때마다 태클이 들어와 기업활동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주담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주담들도 자본시장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면서 투명한 시장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감독당국도 그들을 상생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 중소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금융당국의 ‘갑질’ 관행은 꼭 뿌리 뽑아야 할 ‘손톱 및 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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