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이었어요. 출근하고 퇴근하는. 그러다 시끄러웠던 일들 다 정리하고 나니까 새로운 시작을 제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총대를 맸어요.”
가수에서 본격적인 제작자로 거듭난 조PD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는 “정말 고생했던 기억밖에 없다”라고 회상했다. 음반만 잘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챙겨야 할 점이 많았다. 하나씩 부딪히면서 배워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그룹 블락비와 전속계약 분쟁을 겪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했어요. 애들이 어린 나이에 마음 고생 많이 했을 거에요. 제가 형으로서 미안한 부분도 있어요. 이제는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갔으니까 괜찮아요.”
제작자의 삶을 사는 동안, 가수로 복귀해야겠다는 갈증은 생기지 않았다. 그만큼 바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분쟁에 휘말리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생겼다. 앨범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 다음이었다.
“앨범에 특별한 콘셉트는 없어요. 그냥 제 이야기를 팬들에게 들려드리는 거에요. 일종의 세상살이 보고서라고 할 수 있죠.”
이번 앨범은 ‘인 스타덤 V3.0’이란 타이틀처럼 1999년 발매한 데뷔 앨범 ‘인 스타덤’과 10년 전 발매한 ‘인 스타덤 V2.0’의 연장선이다. 말하자면 10년 동안 조PD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엿볼 수 있는 음반이다. 젊은 프로듀서들과 딥플로우, 징고(슈퍼키드) 등 뮤지션들이 합세해 힙합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를 담았다.
“후배들과 작업하다보니 서로 윈윈하는 상승작용이 각 트랙마다 있었던 것 같아요. 막상 작업을 하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어요. 대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파악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죠. ‘협업’이 전체적인 코드에요.”
‘메이드 인 이태원’을 타이틀곡으로 삼았지만 모든 수록곡에는 제각기 사연이 있다. 특히 그가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라는 ‘잇 워즈 베리 굿 이어’는 가장 힘든 한 해였지만 지나고 보니 가장 좋은 한 해였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직 남아있는 2013년에 좋은 성과를 내보자는 다짐도 들어 있다. 이는 조만간에 세상에 선보일 새로운 그룹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과도 상통한다.
“아이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제가 추구하는 바는 전문가 집단을 만드는 거에요. 댄스면 댄스, 랩이면 랩, 각자 하나씩 필살기를 가지고 있는 그룹이죠. 힙합만 하는게 아니라 다양하게 자기 음악을 할 수 있는 친구들을 준비하고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성장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구별해 내는 안목과 그들을 제대로 서포트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제작자가 되고 싶어요.”
가수와 제작자, 양쪽을 오가고 있는 조PD는 어느 한쪽에 만족하기보다는 각각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새 앨범을 낸다는 부담감은 많이 내려놨어요. 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으니까요. 후배들을 견제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앨범을 내지 않는게 낫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