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 ‘포맷 전쟁’] “日 프로그램 베끼거나 스타에 의존… 2000년대 초중반까지 기획력 빈약”

입력 2013-09-0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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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동덕여대 교수, "시청자 눈 높아지며 제작진 변화… 드라마 포맷 수입 활성화될 것”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
“포맷이 강호동이고 유재석이었다.” 특정 예능 스타에게 기대거나 일본 방송을 베끼는 등 프로그램 기획에 소홀했던 2000년대 초중반까지의 국내 방송가 풍경을 단적으로 드러낸 증언이다. 이후 SBS ‘결정 맛 대 맛’, MBC ‘브레인 서바이버’, MBC ‘작렬 정신통일’ 등 일본의 후지TV, 요미우리TV 등 해외 판권을 사와 만든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홍원식 교수는 “과거 예능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드는지 현장에서 물어보면 ‘포맷이 강호동이고 유재석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포맷 기획에 대한 인식이 낮았다”고 말했다. 점차 시청자와 대중이 인터넷 매체를 활용해 해외 방송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얻었고 포맷에 대한 권리가 보호되면서 프로그램 포맷에 대한 제작진의 인식이 새로워졌다. ‘솔로몬의 선택’ 등 외국 유사 프로그램이 등장하면 곧바로 표절 논란을 시청자들이 제기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한 이 시기 방송계는 제작비가 급등했다.

이 같은 요인으로 방송사들은 새로운 기획보다는 검증된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하는 방식이 효율적으로 선택됐다. tvN ‘코리아 갓 탤런트’·‘SNL 코리아’, 온스타일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등 최근 몇 년간 사랑받은 국내 방송은 미국 CWTV, NBC 등이 제작한 프로그램 포맷을 수입해 만든 것이다. 홍 교수는 “수입 프로그램 포맷으로 제작한 방송의 성패를 가늠하는 것은 문화적 할인이다. ‘댄싱 위드 더 스타’는 현지에서 높은 완성도를 평가받았으나, 국내에서는 춤이라는 요소에 대한 대중의 해석이 달라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또 “외국 방송에서 크게 성공한 프로그램들이 국내 수용자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면이 있다. 영국 제작사 엔데몰의 전형적인 도박(갬블링) 프로그램 ‘Deal or No Deal’과 한정된 공간에 참가자 10명의 생활을 감시카메라로 몰래 훔쳐보는 ‘Big Brother’는 대표적 해외 포맷 시장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를 들여온 tvN ‘신동엽의 예스 오어 노’는 실패했다. 선정성에 대한 국내 시청자의 기본적인 반감이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현지화 전략이 강조되는 포맷 비즈니스는 비드라마 장르에 편중돼 있다. 이에 대해 홍 교수는 “스토리 이질성이 크게 부각되는 드라마는 수입 거래가 덜한 편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 NTV ‘파견의 품격’ 원작을 드라마화한 김혜수 주연의 KBS 2TV ‘직장의 신’ 등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앞으로 드라마 포맷 수입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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