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 없고 일할 곳 없는 골프장?

입력 2013-09-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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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디·코스관리·사무직 등 인력 부족… 프로 골퍼는 취업 못해 업종 전환도

골프계 이상기류가 심상치 않다. 구인난으로 몸살을 앓는 업종이 있는 반면 구직난에 시달리는 업종도 있다.

구인난의 최대 피해지는 골프장이다. 골프장 급증으로 인한 회원권 가치 하락과 입회금 반환 대란 ‘이중고’를 안고 있지만 최근에는 캐디 수급난까지 덮쳤다. 3D 업종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캐디 수급난은 캐디피 인상으로 이어졌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 조사자료(2013년 7월)에 따르면 전국 328개 골프장(18홀 이상) 중 110개 골프장(33.5%)의 캐디피가 12만원(팀당)이다.

캐디 처우 개선으로 캐디 부족 현상을 극복하겠다는 의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디 기피 현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일부 골프장에서는 원룸 제공에 각종 특혜를 내세우고 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골프장의 구인난 몸살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코스 관리부터 일반 사무직까지 골프장 관련 업무를 맡을 적임자가 없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우기정) 홈페이지 구인 게시판에는 매일 5~10건의 골프장 구인 광고가 업데이트되고 있을 정도다.

김계환 한국골프컨설팅 대표는 “심각한 경영난으로 인한 구조조정 후폭풍이라고 할 수 있다”며 “골프장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젊은 실력자를 원하고 있지만, 골프장 업무 경험자를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프로골퍼(세미티칭프로)들은 구직난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나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해도 일자리가 없어 백수로 전락한 사람이 많다.

프로골퍼는 대부분 선수나 지도자로 활동한다. 그러나 양쪽 모두 산 넘어 산이다. 특히 남자들은 더욱더 심각하다. 투어 시드를 획득해도 출전 대회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스폰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훈련시간을 쪼개 레슨비를 버는 프로골퍼들이 있긴 하지만 훈련 부족으로 인한 성적 부진은 자신의 몫이다.

선수를 포기하고 티칭프로로 전향해도 막막한 것은 마찬가지다. 해를 거듭할수록 레슨을 원하는 사람은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좁아진 취업문을 뚫지 못하고 아예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을 위해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정승은 한국주니어골프협회 회장은 운동과 학업 병행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고 주장한다. “골프장 구인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가진 프로골퍼로서는 이상적인 직장이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운동에만 전념, 기본적인 문서 작성과 사무조차 소화해내지 못하는 프로들이 대부분이다. 어떻게 보면 스스로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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