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승연·윤석금 회장 운명 가른 ‘고무줄 배임죄’ - 장효진 산업부 기자

입력 2013-08-2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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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재계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을 비교하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계열사 불법 지원 혐의로 현재 3심을 진행 중인 김 회장은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현재 김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1심 재판부는 횡령은 무죄, 업무상 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이 김 회장 개인 이득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참작해 형량을 징역 4년에서 3년으로 낮췄다. 특히 김 회장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1186억원의 사재를 법원에 공탁하는 등 계열사들이 입은 피해를 복구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수사를 벌이던 2011년 초 법원에 김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기각해 불구속 기소됐지만, 서부지검은 중대한 범죄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반면, 이달 초 서울중앙지검은 수천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혐의를 받고 있는 윤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도 않았다. CP 사기 발행으로 피해액은 크지만 사익 편취가 아닌 회사의 빚을 갚으려는 의도였고, 계열사(서울상호저축은행) 불법 지원 역시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정상을 참작했다. 또 윤 회장이 기업 정상화를 위해 2000억원의 개인 재산을 내놓은 점도 고려했다.

김 회장과 윤 회장의 범죄 혐의에는 공통점이 있다. 개인의 이득을 챙긴 게 아닌, 부실 계열사를 살리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경영상 어쩔 수 없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들이 피해 기업의 손실을 만회하겠다며 사재를 출연한 것까지 비슷하다. 그러나 검찰 내에서조차 ‘경중(輕重)’에 관해 확연히 다른 판단을 내렸다. 같은 일을 한 두 명의 총수를 향한 여론도 ‘분노’와 ‘연민’으로 갈리는 순간이었다. ‘고무줄 배임죄’라는 법의 형평성 문제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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