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들 삶의 향상 속도엔 아직 못 미쳐”
내년도 최저생계비가 4인 가구 기준으로 올해보다 5.5% 많은 월 163만820원으로 결정됐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14일 보건복지부에서 회의를 열고 내년 1월1일부터 기초생활보장 대상자 선정이나 급여 수준 결정에 사용할 새로운 최저생계비 기준을 이같이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인상률 5.5%는 지난해 3.4%를 1.2%p 웃돌고 2000년 이후 2005년(7.7%), 2011년(5.6%)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복지부 측은 설명했다.
이번 인상에는 과거와 달리 주거비 부담이 많이 반영됐다. 위원회는 이번 회의에서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주거비 산출 기준 면적을 기존 37㎡에서 40㎡로 늘려 잡았다. 이에 따라 4인 가구 주거비가 약 2만원 정도 더 반영됐다.
피복 신발비의 내구 연수도 현실적으로 조정했다. 지금까지 4~6년 정도로 계산했던 겨울 내의·장갑·허리띠·운동화 등의 내구 연수를 2~3년으로 줄였다.
생활실태 변화를 반영해 디지털 TV와 디지털 카메라 등을 최저생계비 산출 품목에 새로 넣는 대신 아날로그 TV와 비디오, 카메라, 필름 등을 뺐다.
하지만 이번 최저생계비 결정에 대해 전문가들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기초생활법에서 최저생계비의 정의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번 인상률은 일반 국민들의 삶의 향상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조직국장은 “체감 물가와도 거리가 있으며 현실화는 커녕 인상됐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라면서 “1인 가구 기준으로 소득이 전혀 없을 때 받을 수 있는 현금 급여가 48만원 정도로 올랐는데 보통 쪽방이나 고시원에 사는 분들의 주거비가 22~25만원 정도 나가 이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허선 순천향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반 가구의 지출 추이를 봐야 하는데 보통 매년 지출이 7~8%씩 오른다고 봤을 때 보통 사람들의 삶의 향상 속도와 비교하면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면서 “상대적 수준이 유지가 안 되면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최저생존비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결정된 최저생계비는 내년 1월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맞춤형 개별급여 체제로 전환되는 내년 9월까지 총 9개월간 적용된다. 내년 10월부터는 주거, 의료, 생계 급여를 각각 따로 분리해 운영하는 개별급여가 운영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별급여는 7가지 급여를 개별적 급여로 바꾸는 과정에서 최저생계비 기준이 아닌 상대적 빈곤선을 도입하는 것이다. 상대 빈곤선을 중위소득 몇 %로 할지에 대해 논의 중이다.
허선 교수는 “정부가 내년 10월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개편하면서 생계급여 선정 기준을 중위소득의 30%로 하겠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매년 일반가구와의 생활수준 차이를 비율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인간으로서 최소한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기 위함이라면, 정부가 계획 중인 것을 감안해서 이번에 더 올렸어야 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