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리는 '분리형 BW'] 삼원테크 BW 대표이사 아들에 매각… 경영권 승계 꼼수로

입력 2013-08-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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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입가 낮게 책정 후 대주주에 배분… 바른손, 소액공모 허점 이용 시세차익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활용하는 주식형 회사채다. 1999년 1월 기업의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하고자 분리형 BW를 허용했다. 주당 인수가가 보통주, 우선주, CB(전환사채), BW 순으로 낮지만 신주를 인수할 권리를 가져갈 수 있다. 때문에 벤처기업, 혹은 코스닥 상장사들은 자금 조달을 위한 마지막 루트로 활용한다.

1999년 이전에는 워런트가 투기적 성격으로 변질될 위험과 워런트 비밀 매집에 따른 경영권 위협 등이 문제로 지적돼 발행이 금지됐다. BW가 허용되자 문제는 생각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신주인수권(워런트)으로 오너의 지분을 끌어올리거나 경영권 승계에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또 주가가 오를 때 신주인수권 행사가를 낮게 책정해 시세 차익에 BW를 이용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적발됐다.

◇오너가 지분 늘리기 악용 사례 많아

BW를 악용하는 대표적 사례는 오너가의 지분율 높이기다. BW 발행 후 매입가를 낮게 책정한 뒤 최대주주에게 대량 배정하면 지분이 낮은 오너는 적은 비용으로 지분을 높일 수 있다.

에너지 장비업체인 파루는 지난달 6월 28일 운영자금을 위해 표면이자율 3%, 만기이자율 5%로 1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7월 9일 강문식 대표와 지본코스메틱이 이를 4억원에 100% 매입한다. 8.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강 대표 측은 신주인수권증권 매수로 보유잠재 주식을 포함하면 총 36.41%로 지분이 늘어나게 된다.

케이디미디어는 지난 5월 16일 최대주주가 신호인씨 외 1인에서 티아이지홀딩스외 1인으로 변경됐다. 티아이지홀딩스는 장외매수 및 특별관계자 증가 등을 통해 지분을 10.60%까지 늘린다. 5월 21일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6%의 만기이자율에 1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이와 함께 신주인수권증권 매각 상대방으로 티아이지홀딩스 외 31인이라고 규정했다. 티아이지홀딩스를 제외한 7명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24명은 케이미디어 임직원 24명이었다. 티아이지홀딩스가 BW 워런트를 인수하면 지분은 다시 18.99%로 늘어난다.

자기관리부동산 투자회사인 케이탑리츠는 지난 7월 12일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만기이자율 4.5%, 100억원 규모의 무기명식 담보부 사모 분리형 BW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관련 사항에는 매각 상대방으로 회사의 대표이사인 이명식씨와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인인 골든스틱이라고 명시됐다. 이 대표의 지분은 BW 매입으로 8.93%에서 35.22%까지 오르며, 골든스틱의 특정증권(신주인수권) 비율은 22.87%가 된다.

위의 회사 모두 대표이사나 최대주주의 지분이 10%가 채 안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편법 경영권 승계 도구로 악용

BW 워런트를 아들이 매입하게 해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삼원테크는 6월 20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현대스위스4저축은행을 대상으로 5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7월 2일 정정공시를 통해 자금조달의 목적을 ‘기타자금’으로 변경하고 발행금액 총 50억원 중 25억원에 해당하는 BW의 워런트는 이택우 최대주주의 아들 이상경씨에게 매각한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아들 이씨의 지분이 기존 0.63%에서 워런트를 행사하면 6%대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무용 가구 전문회사인 코아스는 BW를 통해 경영권 승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월 7일 신한캐피탈을 대상으로 3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한 뒤 신주인수권은 노재근 대표 외 부인 최수자, 딸 노현정, 아들 노형우씨 등 4명에게 매각키로 공시했다. 코아스는 두 번의 기재정정을 통해 아들 노형우씨가 워런트 51만802주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연말 기준 2.81%의 지분을 보유한 노씨가 워런트를 행사하면 지분은 단숨에 17.86%로 뛴다.

◇주가조작으로 차익 노리기도

주가차익에 BW를 악용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정치 테마주로 꼽힌 바른손은 소액공모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시세 차익을 챙겼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바른손은 대선 직전인 2012년 12원 16일 9억9000만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한 달 뒤인 올해 1월 바른손은 77만3420주를 1280원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한다. 이날 주가는 7820원으로 BW 소유자는 두 달여 만에 5배가 넘는 수익을 거둔 셈이다.

특히 발행방식, 발행규모, 발행시기 등이 감시를 피하도록 교묘하게 설정되어 있어 의혹이 더 짙었다. 통상 사모 방식으로 BW를 발행할 경우 1년 동안 신주인수권 행사가 금지되지만 공모는 1개월 뒤 권리행사가 가능하다. 또 공모라도 10억원 이상은 금감원에 증권 신고서를 제출해 승인을 얻어야 하는 절차가 있다. 특히 바른손이 BW 발행을 결정할 당시 문재인 의원이 근무한 법무법인의 고객이라는 이유로 테마주에 묶였다. 주가가 한참 치솟을 때 금감원 신고를 피할 수 있는 10억원이 안 되는 규모로 BW 발행을 실시한 것이다.

최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회계사는 “기업들이 BW를 악용한 사례가 더 많았다고 볼 수 없지만 원래 취지와 다르게 이용한 경우가 많아 정부가 나서 법 개정을 한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BW나 사채의 이자율 차이가 크지 않아 분리형 BW 발행을 금지하는 것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은 논리적으로 비약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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