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어려운 기업들 자금조달 역할발행금지 조치땐 중소기업 ‘돈맥경화’ 불보듯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이 금지는 중소기업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이다. 특히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신용등급 ‘BBB’ 이하의 기업들은 자금조달 창구가 완전히 막혔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재벌들의 편법 상속를 막으려다 중소기업 유동성 숨통이 끊길 것이라며 ‘교각살우(矯角殺牛) 의 우를 범하지 말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원래 中企 위한 자금조달 수단
과거 분리형BW는 신용도가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들이 발행했다. 이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분리형BW를 허용해 자금조달 창구를 열어준 것이다.
분리형BW는 채권과 신주인수권(워런트)이 결합된 상품이다. 0~1% 이자를 주는 채권과 고정된 행사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같이 얻을 수 있다. 권리를 행사하는 가격이 주가보다 낮으면 행사를 통해 차익을 낼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휴짓조각에 불과하다. 금융 당국이 이번에 막은 것은 이 워런트를 떼어내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들 이를 악용하면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 199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SDS의 BW 워런트를 싸게 인수하면서 편법 증여 논란의 표적이 됐다. 참여연대는 삼성SDS 이사들을 배임혐의로 고소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이를 부당내부거래로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15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두산, 현대산업개발, 효성, 안랩 등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분리형BW 발행 금지를 반대하는 기업들의 주장을 간단하다. 재벌들의 편법 증여를 막겠다고 분리형BW 발행을 전면 금지시킨 다면 BW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기업들이 BW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2조6000억원, 2011년 3조1200억원에 달한다.
A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일체형BW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라며 “회사채 발행도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자금을 조달해야할지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부작용 상쇄할 추가 대책 필요”
이번 규제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편법 증여를 막는 것이 주 목적이면 특정인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사모만 막으면 되는데 공모까지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로 요약된다.
게다가 분리형BW 발행을 금지한다고 해서 재벌들의 편법 승계가 원천봉쇄도는 것도 아니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분리형BW 대체재로 거론되고 있는 전환사채(CB) 역시 구조화하면 얼마든지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길을 막아도 빠져나갈 구멍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1996년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의 삼성에버랜드 CB 헐값 발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었다.
B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소기업들에게 분리형BW가 얼마나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인지 금융당국인 인식하고 있었다면 다른 규제를 마련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도입 목적은 충분히 살리면서 부장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추가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