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팝의 이면 '음원 사재기'- 유혜은 문화부 기자

입력 2013-08-0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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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에 공공연히 만연한 ‘음원 사재기’가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YG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스타제국 등 4개 기획사는 7일 서울중앙지검에 음성적인 디지털 음원 사용 횟수 조작 행위의 중단을 요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했다.

음원 사재기는 지능적으로 이뤄진다. 일부 기획사와 손잡고 음원 사용 횟수를 조작하는 업체들은 월 수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최근 지상파 음악방송 프로그램의 순위제가 부활하면서 갈수록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음원 차트 성적이 그대로 음악 프로그램의 순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또한 네티즌 대부분이 음악 선택의 준거가 되는 타인의 소비량 지표인 차트 인기곡 위주로 음원을 소비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어 음원 사재기의 유혹은 더욱 달콤하다.

특히 음원 권리자들은 5월 개정된 저작권법 덕분에 종량제 방식으로 저작권료를 정산받을 수 있다. 즉 기획사들은 음원 사재기를 통해 지명도는 물론 경제적 이득까지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인기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믿기 어려운 사실마저 실현되는 세상이다. 돈이 오가는 음원 차트에서 오직 음악성으로 승부하는 창작자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 몇몇 기획사가 눈앞의 이익을 좇아 음원 사재기에 열을 올리는 사이 음원 차트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음원 사재기는 디지털 음악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우리 음악 시장의 퇴보와 붕괴를 불러올 수 있는 치명적인 부정이다. 더 나아가 음악을 사랑하는 소비자를 속이는 사기다. 전 세계를 호령하는 K팝에 이렇게 어두운 이면이 존재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번 기회에 사재기를 뿌리 뽑지 못하면 가요계는 점점 곪아 들어갈 것이다. 음원 사재기에 나선 기획사에 묻고 싶다. 대체 당신의 음악에 얼마나 자신이 없었으면 그런 짓을 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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