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성] 순결만 강조 구시대적 콘텐츠 이젠 안 통해

입력 2013-08-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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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 개방 못 따라가는 성교육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아동여성에 대한 성폭력 범죄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 전 국민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7월 제주 올레길 여성 탐방객 살해사건, 통영의 초등생 성폭력 사건(김점덕 사건), 8월 나주 잠자던 여아 납치 후 성폭력 사건(고종석 사건), 서산 피자집 아르바이트생 성폭력 자살 사건, 서울 중곡동 주부 살해사건(서진환 사건), 수원 여대생 성폭력 살해 사건(오원춘 사건) 등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육군사관학교 교내에서 축제 기간 중 대낮에 남자 생도가 여자 생도를 성폭행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엔 평소 알고 지내던 10대 여성을 모텔로 유인해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잔인하게 시신을 훼손한 ‘용인 살인사건’도 보도됐다.

성폭력 근절 방안과 제도가 계속해서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범죄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추행성폭력 등 성범죄 원인으로 사회는 성문화에 개방되고 있지만 성교육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무조건 성을 금기시하기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에 대한 건강한 대화와 정보 제공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청소년성상담센터 사이트에 올라온 성 상담 내용을 살펴보면 청소년들은 성경험에 관한 고민은 물론 피임, 자위, 음란물, 동성애 등 성에 대해 폭넓게 고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성교육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그 내용 또한 개방된 성 문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시행한 전국청소년건강행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중고생의 68.6%만이 최근 1년 이내에 성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성교육을 받는 학생비율은 점차 감소해 고등학교 3학년의 경우 절반을 조금 넘는 52%까지 낮아졌다.

피해를 입은 사람의 신고율이 낮은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성가족부 발표로는 성폭력 피해자의 신고율(2010년 기준)은 12.3%에 불과하다. 낮은 신고율은 성폭행이 특히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성폭력 상담 1657회(1151건) 중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980건(85.1%)으로 가장 많았다. 신고 시 반복되는 조사로 인해 고통스런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 주위에 알려질 가능성이 높아 신고를 꺼리는 것이다.

홍봉선 신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성문화가 점차 개방화되는 것은 속도의 문제일 뿐 분명한 사실”이라며 “피임 방법이나 성기교육 등도 분명 성교육에 포함돼야 하지만 앞서 성주체성을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 성주체성이 확립된 사람은 남녀가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이 결정한 행동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성범죄를 줄이기 위한 정책과 교육도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인식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하고 이를 위해 계층을 떠나 모든 사람의 인격이 존중받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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