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외탈세 잡겠다는 국세청, 내년도 추가요구예산은 ‘1억’ 뿐

입력 2013-07-26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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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 권익보호 예산은 65% 삭감… 세출 줄이라는 정부 탓

역외탈세 척결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국세청이 정작 내년도 관련 예산은 올해보다 1억원만 추가 요구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국세청이 최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2014년도 세출 예산요구서’에 따르면 국세청이 역외탈세 대응활동 명목으로 잡은 내년도 예산은 80억원이다. 올해 예산 79억원에서 특수활동비만 1억원 늘린 것으로, 역외정보수집을 위한 활동비와 국외여비 등은 동일했다.

역외탈세는 박근혜정부에서 근절의지를 천명한 지하경제의 핵심 분야인데다 재벌들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목도가 높아진 사안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인력과 예산을 현재보다 더 투입해야 한다는 게 국세청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김덕중 청장도 지난 4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역외탈세 정보매입 등 특수정보활동을 적극 전개해 고급 탈세정보를 수집하겠다”면서 “해외현지 세정요원을 증원하고 조사·징수요원의 국외 출장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도 국세청이 이처럼 관련 예산을 소극적으로 편성, 요구한 건 세수난에 허덕이는 정부가 내년도 세출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내년도 사업비 지출한도를 올해보다 줄였다”면서 “역외탈세 대응 예산을 1억원 넘게 늘리려면 다른 사업 예산을 더 줄여야 하는데 이미 대부분의 사업을 감액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세청의 내년도 예산요구액은 1조4917억원으로, 올해보다 3.2%(463억3600만원)만 늘었다. 그마저도 물가인상에 따른 지출증가가 불가피한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쓸 돈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국세청은 역외탈세 대응활동 1억원을 포함한 탈세대응 강화 예산 25억2000만원(올해 대비 2.2%↑), 체납·징수관리 25억7900만원(7.4%↑) 등을 올리면서 타 사업 예산은 삭감했다.

특히 성실납세·민생지원 예산은 납세안내 및 세금교육지원 3억원(10%↓), 납세자 권익보호 및 성실납세지원 5억원(65%↓) 등 올해의 10%에 해당하는 9억원을 깎아버렸다.

국회 기재위 소속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국세청이 겨우 1억원 늘려서 역외탈세를 뿌리 뽑을 수 있겠나. 총알도 없이 전쟁을 치르겠다는 셈”이라면서 “예산이 부족하다고 납세자 권익보호 예산을 65%나 줄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은 다음달 3일부터 시작되는 기재부의 2차 예산심의과정에서 역외탈세 대응 등과 관련한 예산을 추가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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