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스타들의 ‘공항 패션’ 유감

입력 2013-07-1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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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문화부 기자

가수 보아가 프린트 티셔츠와 블랙 팬츠에 데님 재킷을 입고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났다. 푸른 색감이 돋보이는 블루 헌팅캡(창이 짧고 둥글며 끝을 뾰족하게 만든 모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후 보아의 파파라치 컷은 삽시간에 온라인을 통해 퍼졌고 브랜드 이름과 제품 정보, 가격 등이 노출됐다.

배우 김성령이 오렌지 컬러의 캐리어를 끌며 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항을 거니는 몇 장의 파파라치 컷이 소속사 공식 페이스북에 공개됐다. 성유리는 스트라이프 셔츠와 쇼트 팬츠에 화이트 미니 백을 매치해 세련된 휴양지 패션을 선보였다. 이후 온라인상에 일명 ‘성유리 가방’이라는 이름으로 제품 정보가 버젓이 공개됐다.

공항이 브랜드 홍보전시장으로 전락했다. 스타들이 착용한 각양각색의 아이템들이 업체들의 광고 홍보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화려한 화장 속에 가려진 연예인들의 수수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소로 각광받던 공항이 광고주들의 마케팅 대결을 펼치는 패션쇼장으로 변질돼 버린 것이다.

광고주들을 앞다퉈 스타들의 스케줄을 입수하고 철저하게 계산된 마케팅 수법 아래 의도적인 공항패션을 연출해 낸다. 심지어 브랜드 모델일 경우 계약서상에 공항패션 활동이 명시되기도 한다. 비용 대비 최대의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이점이 광고주들을 유혹했고, 넘쳐나는 협찬과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을 생산해 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방송, 영화, CF를 통한 브랜드 광고홍보가 부족해 보일 정도다.

이 같은 공항패션은 소비자들의 잠재의식을 자극해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고, 모방소비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간다. 자연스러운 스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던 공항패션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다. 지금의 공항패션은 단가가 아주 낮은 CF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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