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의 눈치작전…고삐 풀릴 경매가에 ‘승자의 저주’도
황금주파수 오름차순 경매방식이 응찰금액을 높이는 상향경매 과정을 무시한 채 전략적으로 응찰금액을 높인 뒤 다른 밴드로 하향 지원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 경매방식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낙찰의지에 대한 진정성 없이 상대 응찰기업에 대해 의도적으로 과도한 응찰금액을 유도한 뒤, 전략적으로 빠지는 왜곡된 경매로 얼룩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한다.
사실상 정상적인 경매가 이뤄지지 힘든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의 황금주파수 오름차순 경매는 타이틀만 경매이지, 사실상 낙찰의지보다는 경쟁기업의 낙찰을 방해하고 동시에 과도한 응찰금액을 부담시킬 수 있는 꼼수 경매의 허점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통3사는 고도의 정보전까지 펼치며 서로 얼마나 많은 금액으로 응찰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 오름차순 경매…“결국 ‘승자의 저주’ 될 것”
이번 주파수 할당과 관련해 가장 큰 논란거리는 KT가 가진 1.8㎓ 주파수 인접 대역이 경매에 나올 것인지 여부였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KT 인접대역은 경매안에 포함돼 1차 여론전은 KT의 승리로 돌아갔다.
미래부는 구체적으로 KT 인접대역이 포함된 밴드플랜2와 포함되지 않은 밴드플랜1을 복수로 제시, 경매를 통해 낙찰자를 결정키로 했다.
이 방법은 이통3사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이런 경매 방법은 눈치작전으로 인해 낙찰가만 치솟게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문제는 오름차순 경매에 숨어 있는 왜곡현상이다. 3가지 상황별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이번 경매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낙찰의지가 없으면서도 상대방이 원하는 주파수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충분히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나리오1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담합해 높은 비용을 치르더라도 밴드플렌1이 낙찰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때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비싼 가격에 입찰한 주파수 대역을 가져가야 하지만, KT 역시 광대역화에 필요한 D대역 주파수를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에 이통3사 모두 손해를 보게 된다.
시나리오2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연합에도 KT가 더 높은 금액으로 밴드플랜2가 낙찰되는 경우다. 이때 KT는 자신들이 원하는 자사 인접대역 주파수를 수조원대의 비싼 가격에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최저 가격대에서 주파수를 할당받을 수 있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연합이 과연 언제까지 이뤄질지가 문제다.
또 오름차순이라는 경매방식은 결국 높은 경매가를 제시한 기업이 승리하는 ‘쩐의 전쟁’이기 때문에 횟수 제한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각 통신사가 진정성 있는 경매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과도한 경매대금을 추징하면 국민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 의원은 “정부의 정책 기준 미비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의 경쟁이 치열해져 경매 대가가 오르면 통신요금 안정성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고 미래부의 경매 방식을 비판했다.
◇ 주파수 경매로 세수 확대 ‘꼼수’…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번 주파수 경매 최저 경쟁 가격은 총 1조9202억원. 밴드플랜1·2의 A·B블록은 각각 4788억원, C블록 6738억원, D블록은 2888억원이다. 통신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 기업이 자존심까지 걸고 나선다면 경매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가격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이번 경매방식은 이통3사 모두 격렬하게 반대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KT 주파수 인접 대역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KT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서로 단합해 자사가 필요로 하는 밴드플랜2의 D구역 경매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경매방식도 논란이 됐다. 최종 입찰에서는 높은 가격의 밴드플랜을 선택하고, 그중 가장 높은 경매가를 제시한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택하기 때문에 서로 자신이 유리한 밴드플랜이 선택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높은 가격을 써내야 한다.
업계는 만약 KT가 인접대역인 밴드플랜2의 D구역을 가져가면 KT는 7조원대의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경쟁사들은 KT 인접대역 주파수를 가져가지 못하도록 저지하기 위해 수조원대까지 경매가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고가로 형성된 주파수 가격은 승자를 오히려 자금난에 시달리게 할 수 있다. 이런 탓에 통신사들은 소비자들이 쉽게 눈치 채지 못하도록 부가서비스나, 멤버십 할인 혜택 중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방법으로 통신비를 올릴 수 있다.
하지만 미래부 관계자는 “이통3사의 2011년 전체 무선통신 매출액 22조원 중 마케팅비가 5조7000억원(26%)인 데다 학계 전문가들 역시 주파수 할당대가가 요금으로 전가된 사례는 없다고 분석한다”며 “할당대가가 높아지면 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라고 잘라 말했다.
미래부는 지난 4일 LTE 주파수 할당방안 확정 공고를 내고 이날부터 8월 2일 오후 6시까지 주파수 할당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