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사장은 독재자가 되어야 한다- 이준훈 시인·KDB산업은행 부장

입력 2013-07-1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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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자마자 모 소기업 사장은 한탄을 늘어놓았다. 직원이 회사 자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횡령이었다. 그 직원은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는 사람이었다. 경리업무를 그 직원에게 맡겼단다. 먼 친척이어서 더욱 믿었다. 그래서 사장의 배신감은 더 컸다. 5년에 걸쳐 조금씩 티 나지 않게 해 먹어서 올 초 세무조사가 나와서야 알게 되었다. 그 사장의 체험적 사장론(社長論)은 독특하지만 설득력 있었다.

회사의 주인은 사장이다. 사장은 회사 일은 모두 꿰뚫고 있어야 한다. 일일보고를 받고 또 주간 보고를 받는다. 계획을 보고하게 하고 결과도 필히 보고를 받는다. 물론 소소하고 반복적인 일은 위임하게 된다. 그러나 위임사항도 수시로 그 위임을 회수해 보아야 한다. 직원에게 일을 전적으로 맡겨 버리는 것은 포로에게 수용소 열쇠를 맡기는 것과 같다.

기업은 동호회가 아니다. 이익을 다투는 조직인 것, 즉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이다. 작은 회사에서 장부상의 수익은 큰 의미가 없다. cash flow, 현금흐름을 잘 살펴야 하고 현금상 이익이 나야 한다. 현금이 꾸준하게 흐르지 않으면 사업을 지탱할 수가 없다. 절대적으로 현금이다. 지급은 늦추고 회수는 빨리 한다. 장부상 이익이 나더라도 매출채권, 외상거래가 늘면 회사는 무너진다.

친인척을 회사에 두어서도 문제다. 가족을 직원으로 두면 회사 질서가 무너진다. 왕조국가에서 왕족과 외척을 관직에 등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친척은 돈을 주고라도 회사에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다.

사장은 직원평가를 자주 할 필요가 있다. 1년에 네 번 이상 평가를 해 긴장을 유도하고 업무 집중도를 높여야 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한다. 유능한 직원들은 성과시스템을 환영한다. 자신에게 기회가 되기 때문에 헌신적으로 일한다. 성과급은 벌칙을 포함한다. 즉 마이너스(-) 성과를 적용하는 것이다.

소기업에서 팀워크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단순 유지를 위해서는 팀워크가 필요하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경쟁이 더 효과적이다. ‘사장은 독재자가 되어야 한다. 사업은 ‘개그콘서트’가 아니다. 인기 있는 사장, 좋은 사장이 아니라 나쁜 사장, 무서운 사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 소기업 사장의 반성적 지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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