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사각지대 연예계에 ‘6080 바람’100세시대 新 문화트렌드 자리매김
#1. 4월23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19집 앨범 ‘헬로’ 쇼케이스장. 조용필은 말했다. “이번 음악을 통해 틀을 깨고 싶었다. 63세 먹은 목소리가 아니라고 해서 정말 기뻤다. 목소리에 힘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실망할 것 같아서 연습도 많이 했다”고.
#2. 6월28일 서울 강남 논현동 파티오나인에 배우 이순재(80), 신구(78), 박근형(74), 백일섭(70)이 모습을 드러냈다. “열심히 배낭여행을 했고 재밌게 촬영을 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이들은 7월5일 첫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할배’출연진이었다.
#3. “내가 가는 길이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수 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5세때 데뷔해 62세인 현재에도 여전히 영화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한국영화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안성기의 다짐이다.
요즘 이처럼 60~80대 장노년층 스타들이 대중문화계를 강타하고 있다. 장노년층 연기자들이 맹활약하는 드라마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계, 영화 심지어 노년층 연예인의 사각지대이자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인식되는 예능 프로그램에도 장노년층 스타들이 속속 진출해 맹활약을 펼치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밖에 CF속에서도 장노년층 연예인들의 모습을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트렌디 드라마가 득세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중반부터 우리 드라마에선 60~70대 연기자들을 좀처럼 볼 수 없거나 식사하는 장면에만 나오는 ‘식탁용 배우’로 전락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선보이고 연기의 내공이 필요한 사극을 비롯한 작품과 장노년층의 삶과 사랑을 주제로 내건 드라마가 속속 제작되면서 장노년층 연기자들은 비중 있는 조연과 주연으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윤여정 반효정 고두심 김혜자 강부자 이순재 최불암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60~70대 스타들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안방극장 시청자의 높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중음악계도 60대 이상 장노년층 연예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최근 10년만에 19집 앨범을 발매해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음반 20여만장을 순식간에 판매하고 전국투어에 나선 조용필이 대표적이다. 조용필 뿐만 아니라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신중현 뿐만 아니라 70년대 그룹사운드 활동을 했던 60대 가수들도 각종 콘서트나 KBS ‘7080콘서트’등 음악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출연하며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이미자 태진아 송대관 등 60~70대 트로트 가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계에서도 안성기 김수미 나문희 이순재 등 60~70대 연기자들이 흥행파워를 자랑하며 한국영화의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눈길을 끄는 것이 장노년층 스타들의 예능 진출붐이다. 젊은 스타들의 전유물이었던 예능 프로그램에 장노년층 스타들이 속속 등장하며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일 첫방송한 tvN‘꽃보다 할배’는 평균 연령 76세의 대한민국 국민 할배 4총사 이순재(80) 신구(78) 박근형(74) 백일섭(70) 등 H4(할배 4명)와 젊은 짐꾼 이서진이 해외로 배낭여행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와 해프닝을 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로 첫 방송부터 시청률 4.15%등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김수미 선우용녀 전원주 등 60~70대 연예인들도 ‘1박2일’‘런닝맨’‘세바퀴’등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나 고정출연해 시청자의 웃음보를 자극하고 있다. 또한 89세의 현역 최고령 MC인 송해는 ‘전국노래자랑’을 이끌며 시청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CF에서도 최불암 이순재 고두심 김혜자 나문희 등 장노년층 스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60~70대 연예인과 스타들이 왜 대중문화계를 강타하는 것일까. 우선 100세시대 인생 2막을 여는 장노년층들이 급증하고 이들이 영화 드라마 음악 등 대중문화의 주요한 소비층으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의 주요한 소비층을 형성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문화상품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종합편성채널, 케이블TV, IPTV 등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인해 장노년층을 겨냥한 프로그램 등이 속속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꽃보다 할배’연출자 나영석PD는 “100세 수명시대와 장노년층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인생 2막인 장노년층의 생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꽃보다 할배’같은 프로그램들이 젊은층과 장노년층 시청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일으킨 것 같다”며 “어르신들이 나오는 대중문화가 잘 돼 많은 어르신들이 대중문화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해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