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기를 기회로’ 박인비의 성공열쇠- 오상민 문화부 기자

입력 2013-07-0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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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의 질주가 무섭다. 그는 1일(한국시간) 끝난 US여자오픈 우승으로 63년 만에 메이저대회 3연승과 한국인 한 시즌 최다승(6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우상이던 박세리를 넘어 ‘골프여제’ 애니카 소렌스탐의 아성마저 무너뜨릴 기세다.

그러나 박인비에게는 4년간의 시련이 있었다. LPGA투어 데뷔 2년차이던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19세 11개월) 우승 기록을 수립했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고 주변 관심은 중압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2009년에는 상금랭킹 50위까지 추락했다. 그는 더 이상 골프가 즐겁지 않았다. 필드(녹색)만 봐도 두려움이 앞섰다. 대회장은 도살장 같았다.

결국 그는 미국 무대를 잠시 떠나 일본으로 향했다. 우선 스윙부터 뜯어고쳤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기본기를 다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볼스트라이킹 능력과 장기였던 쇼트게임이 되살아났다.

그러는 동안 그는 딴 사람이 됐다. 2010년 JLPGA투어에서는 우승 2번, 준우승 6번으로 상금랭킹 5위에 올랐다. LPGA투어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012년 7월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는 2008년 첫 우승 이후 애타게 기다리던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요즘 세상은 급변한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도산하는 기업이 많다. 그런 면에서 박인비의 성공스토리는 기업이 배워야 할 점이 많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식상한 말이지만, 불황 속에서도 늘 호황을 누리는 기업은 이유가 있다.

허세보다 내실을, 기교보다 기본을, 신분보다 실력을 중시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이다. 슬럼프 탈출을 위해 허세보다 내실을 택한 박인비와 닮았다. 반면 허세로 가득 찬 기업(사람)은 위기에 취약하다. 환경(신분)이 가져다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변화에 대비한 끊임없는 노력만이 성공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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