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의료법, 병원 홈페이지 불법 광고

입력 2013-06-2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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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해당 병원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임플란트 전문치과’, ‘세계 유일의 무균 임플란트’, ‘노인전문 임플란트’, ‘즉시 임플란트 가능’, ‘최고의 의료진이 환자분께 최상의 진료서비스’, ‘통증 고민 없이 10분이면 OK’

병원 홈페이지 불법광고가 판을 치고 있다. 의료법상 병원 홈페이지 광고가 사전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

현재 운송수단 외부 광고, 옥내광고, 인터넷 언론매체와 일 평균 10만 명 이상 방문하는 홈페이지, 정기간행물의 의료 광고는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지만 카페나 블로그 내 게시물, 병원 홈페이지는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26일 본지가 서울시내 병의원 10곳의 홈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1곳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홈페이지 광고에서 의료법 위반으로 의심되는 문구들이 보였다.

먼저 국내 전문병원은 99개뿐이며 보건복지부가 21가지 질환에 대해 인력·시설·장비 등을 점검해 지정한다. 이처럼 보건복지부의 지정을 받지 않은 일반병원이 ‘전문병원’으로 광고하는 것은 허위 광고에 해당한다.

보건복지부가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에 가짜 전문병원이 검색되지 않도록 개선하라고 권고해 검색화면에서는 상당히 줄었지만 병원 홈페이지 안에는 여전히 ‘임플란트 전문치과’, ‘임플란트 전문 클리닉’, ‘치아교정전문병원’ 등의 문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또 1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에서 ‘센터(center)’라는 표현은 사용 불가하지만 이것을 사용한 곳도 눈에 띄었다.

시술 경험 표현에서 수만명을 시술했다고 시술 건수를 공개하는 것은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과장 광고로 처벌 대상이다.

아울러 의료법 제23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홈페이지에 내원한 환자의 치료 인터뷰 등 콘텐츠를 기재 불가능 하지만 의료인의 환자 치료 사례를 올려놓은 곳도 3곳이나 됐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홈페이지에 올라온 치료경험담의 대부분은 ‘병원의 치료 수준과 효과가 우수하다’는 내용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의료광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2호를 보면 소비자를 현혹시킬 소지가 있는 최상급 표현은 사용할 수 없지만 ‘최고의 의료진’, ‘최고급 의료기술’, ‘최상의 진료서비스’ 등의 표현은 거의 모든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의료기술, 시술방법 등의 장점만을 소개하면서 부작용을 누락한 경우(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6호), 공인되지 않은 치료법, 시술명, 약제명을 사용한 경우(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7호) 등도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

특히 외국대학에서 단기 연수과정을 마쳤음에도 마치 해당대학을 졸업한 것처럼 미국 뉴욕이나 보스톤 출신 의료진으로 광고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의료광고가 의료법에 위반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복지부가 지난해 7월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을 인터넷으로 확대한 이후 아직 개정된 법에 따른 명확한 기준이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혼란을 빚고 있다.

일 평균 10만명 이상 방문하는 홈페이지는 사전 심의 대상이지만 하루 이용자수 30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등 모바일 메신저 광고는 심의대상 사이트 목록에 불포함 돼 있다.

복지부는 의료기관 허위·과대 광고에 대한 행정처분권은 지자체에 있다는 이유로 사후 관리를 별도로 하지 않고 있으며 지자체는 행정 인력이 부족해 병원 홈페이지를 일일이 단속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동익 의원(민주통합당)은 지난 5월 의료광고 사전심의 대상에 교통수단 내부와 병원 홈페이지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최동익 의원은 “실제로 소비자들이 정보를 가장 많이 얻는 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가 사전 심의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불법광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 병원 마케팅 전문가는 “마케터의 제안으로 광고를 진행했는데 알고 보니 의료법 위반일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사업자등록증 상의 대표가 떠안게 돼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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