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 법정관리 신청… 조선·엔진 등도 가능성
은행들이 STX그룹 부실화로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가증되고 있다. 지난주 STX팬오션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함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금의 최대 100%에 달하는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이 반토막나며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은행권의 2분기 실적에도 먹구름이 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와 회사재산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신청했다. 당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STX팬오션 인수를 검토했지만 생각 보다 부실이 심각하다는 실사 결과에 따라 인수 계획을 철회하고 추가 자금지원을 거절했다.
STX팬오션의 법정관리행이 현실화되면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우리, NH농협, 하나, KB국민, 신한은행 등 주요 채권은행은 2000~4000억원이 넘는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TX팬오션의 부채는 선박금융 2조5000억원, 회사채 1조2000억원, 은행채권 7000억원 등 총 4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통상 법원에 법정관리 신청 이후 2~3일 내에 회사재산 보전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이 떨어지고 은행들은 금지명령이 이뤄진 바로 직후 대손충당금을 적립한다”며“은행별로 다르지만 대출액 회수 가능성에 따라 50~100%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해당 여신은‘회수의문’으로 분류되고 최소 50% 이상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대손충당금은 최소 적립비율을 유지하기만 하면 금융회사가 추가 적립규모를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문제는 이번 STX팬오션 법정관리행으로 현재 채권단 자율협약을 개시한 STX조선해양, ㈜STX, STX엔진, STX중공업도 법정관리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율협약 시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여신액의 7~19% 수준이다. 하지만 만일 이들 계열사의 법정관리행이 이어질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최소 3배 이상 상승한다.
금융권은 STX팬오션에 이어 STX조선해양, STX중공업, STX엔진 등도 다함께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대손비용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자율협약에 돌입한 STX그룹 계열사에 대해 50% 정도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지만 법정관리가 결정될 경우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하다”며 “웅진· 쌍용건설에 이어 STX그룹 구조조정으로 2분기 실적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