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안보 놓고 신경전…8일 2차 회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의 새 시대를 선언했다.
양국 정상은 7일(현지시간) 오후 오후 5시10분부터 3시간 가량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의 새로운 대국관계 설정이라는 큰 틀의 주제를 포함한 다양한 국제 현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양국 정상은 북한 핵문제에 관련해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다만 최근 남북한 당국간 회담이 전격 성사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보다 구체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두 정상은 8일 오전 다시 만나 북핵 문제 등을 포함한 한반도 현안과 기타 국제 문제 등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다.
북핵 국면의 전환 여부는 이번 회담 이후 곧 열리는 남북 당국 간 회담과 이달 말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등 향후 외교일정을 거쳐야 가닥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양국이 상호 이해에 근거해 새로운 유형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이번 회동의 목적”이라며 “미국은 중국이 지속적이고 평화적으로 세계 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확산을 비롯해 기후변화 등의 이슈에 이르기까지 서로 협력해야 할 많은 도전 과제가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번 정상회담의 목적은 양국 관계의 발전 청사진을 그리고 태평양을 초월한 협력을 전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현재 중·미 관계는 다시 새로운 역사적 지점에 서 있다”면서 “자국의 경제적 발전 촉진·전지구적 차원의 안정적 경제 회복· 국제 및 지역의 핫 이슈 처리에서 글로벌 차원의 각종 도전에 이르기까지 양국은 공통 이익을 갖고 있으며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이 강조하는 새로운 대국관계는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고 건설적 경쟁을 도모하는 관계를 뜻한다.
두 정상은 그러나 최근 현안으로 부각된 사이버 해킹 문제와 관련해서는 신경전을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사이버 안보나 지적 재산권과 같은 이슈를 함께 해결하는 국제 경제를 추구한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중국 역시 사이버 공격의 희생자”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 사이버 해킹의 배후로 중국 군부 등을 지적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모함을 벗고 싶다”고 언급했다.
양국 정상은 사이버 해킹을 둘러싸고 서로 다른 의견을 보임에 따라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노력을 펼쳐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은 오는 7월부터 사이버 해킹 문제를 협의할 양국 정부 간 고위급 대화채널을 정례적으로 가동하기로 해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권과 경제 분야 개혁 등 중국을 겨냥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시 주석은 “자국의 경제적 발전 촉진·전지구적 차원의 안정적 경제 회복·국제 및 지역의 핫 이슈 처리에서 글로벌 차원의 각종 도전에 이르기까지 양국은 공통 이익을 갖고 있고 교류와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또 적절한 시기에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이번과 같은 만남을 갖자고 제안했다.
두 정상은 회동 이후 기자들에게 ‘서니랜즈 서밋’ 결과를 설명한 뒤 양국 고위당국자들과 함께 만찬을 함께 했다.
양국 정상은 8일 오전에도 다시 회동해 주요 현안에 대한 협의를 이어간다. 시 주석은 8일 오전 2차 회동이 끝난 뒤 귀국길에 오르며 오바마 대통령은 그를 배웅한 뒤 워싱턴으로 돌아온다.
이날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롭 나보스 백악관 부비서실장·마이크 프로먼 국가안보부보좌관·데니스 러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안보담당 선임보좌관·에반 메델레우스 NSC 동남아국장이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왕후닝 중앙정치국 위원(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왕이 외교부장·추이텐카이 주미대사…정쩌광 외교부 부부장이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여사가 회담이 열린 서니랜즈에 오지 않음에 따라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 여사와의 ‘퍼스트레이디 외교’는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