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자식들 겨우 생활하는 수준이라 추징금 낼 돈 없다”
재임 중 엄청난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산이 29만원밖에 남지 않았다며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의 말과 달리 전씨 일가의 재산은 천문학적인 액수를 자랑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전 전 대통령은 1996년 뇌물수수와 군 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전씨의 비자금은 9500억원이다. 검찰은 전체 비자금 중 2295억5000만원을 뇌물로 인정해 기소했고, 1997년 대법원은 2205억원의 추징금을 확정했다.
이 중 312억9000만원이 추징된 이후 전씨는 ‘돈이 없다’며 버텼다. 2003년 검찰은 전씨의 벤츠 승용차, 연희동 자택 별채와 가재도구 등을 경매처분해 19억원을 추가로 받아내고, 법원에 전씨의 재산을 공개해 달라는 재산명시 신청을 냈다.
이 때 전씨는 29만1000원이 담긴 통장을 제출하며 서울지법 서부지원에 출석해 “예금과 채권을 합친 전재산은 29만1000원뿐”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판사가 ‘그렇다면 무슨 돈으로 골프를 치러 다니느냐’고 지적하자 “인연이 있는 사람이 많고 도와주는 분들이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때 부동산가에서 ‘연희동 빨간 바지’로 불리던 부인 이순자씨 역시 “도의적 책임을 진다”며 전재산을 내놓았다.
전씨가 ‘29만원’ 어록을 남긴 2003년,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하던 대검 중수부는 사채업자의 계좌를 추적하다 우연히 전씨의 둘째아들 재용씨의 뭉칫돈 167억원과 전씨 측근들이 관리한 채권 100억원 등 200억원을 더 포착했다.
이 자금의 관리책으로 지목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된 이순자씨는 2004년 5월11일 검찰 조사에서 “결혼 후 10년 동안 친정살이를 하면서 아껴 모은 돈과 내 패물을 팔아 마련한 종자돈 4억원으로 이태원 등 땅을 사 불려 130억원으로 만들었다”며 “130억원은 남편 돈이 아니라 알토란 같은 내 돈”이라며 30분 동안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전씨 부부를 제외한 일가의 재산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법원 등기부등본 등 공개된 재산만 확인해도 각자 수백억원대 자산을 자랑하고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소유해 이번 뉴스타파 4차 명단에 이름을 올린 장남 재국씨는 시공사 등 지분 600억원 이상 외에 서울 평창동, 서초동, 경기도 파주, 연천 등에 3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한 적이 없는 재국씨는 단 1000만원으로 1991년 12월 시공사를 인수해 1000억원 이상의 자산가가 됐다.
재국씨의 부인 정도경씨 역시 시공사 지분과 서울 서교동, 연천에 부동산을 갖고 있고 25세인 아들 우석씨도 15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서교동 부동산 보유자다. 지난해 서울 신라호텔에서 억대의 초호화 결혼식을 올린 딸 수현씨는 1997년 12세 때 서울 서교동 부동산을, 2002년 17세 때 서울 강남구 논현동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보유하기 시작했다.
지난 1987년 첫 결혼 당시 “하객 30여명에게 축의금 16억원을 받아 167억원으로 불린” 차남 재용씨는 부동산 부자다. 그는 시공사 지분과 서울 흑석동, 서초동 부동산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경기도 오산에 200억원 수준의 토지, 총 90억원 상당의 서울 이태원동 소재 고급주택 3채 등을 보유했다.
삼남 재만씨가 가진 서울 한남동 빌딩은 100억원 이상으로 파악된다. 재미 탐사언론인 안치용씨는 재만씨가 장인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과 함께 시가 1000억원대의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난 2009년 폭로하기도 했다.
1992년 전두환씨에게 ‘용돈’ 23억원을 받았던 장녀 효선씨는 현재 40억원 규모의 경기도 안양시 부동산과 시공사 지분 등을 갖고 있다.
한편 2003년 추징금 관련 재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판사가 “측근과 자식들이 추징금을 안 내주나”라고 묻자 “그들도 겨우 생활하는 수준이라 추징금을 낼 돈이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