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양적완화 조정 가능성 시사…시기 놓고 전문가들 격론일본 채권시장 요동…아베노믹스 회의론 급부상
미국과 일본 양국 중앙은행 수장이 글로벌 경제를 흔들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출구전략 시기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증시와 국채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장기금리 상승 부작용까지 더해져 향후 글로벌 경기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서 조기 출구전략 위험성을 경고하면서도 “경제지표에 따라 채권 매입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자칫 출구전략이 금융불안을 일으켜 경기가 다시 둔화할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지면서 시기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연준 내부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17~18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폴 볼커 전 연준 의장과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등 영향력 있는 인사들도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나섰다.
통신에 따르면 볼커 전 의장은 29일 뉴욕 경제클럽 회동에서 “중앙은행이 출구전략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매우 자주 발생한다”며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구리아 사무총장도 29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연준은 양적완화를 종료할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해야 한다”면서 “어느 순간에는 추가 양적완화의 효과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를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버냉키 의장 발언 이후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 29일 장중 한때 2.235%까지 치솟아 작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장기금리는 BOJ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 이후 0.315%까지 급락했지만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지난 23일에는 장중 한때 1%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BOJ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최근 “일본의 금융시스템은 금리 상승 충격에 대한 내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금리상승 부작용을 용인하는 발언을 해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아베노믹스가 인플레이션 2% 달성을 목표로 하면서 초저금리를 유지하려는 모순을 보이며 금리 상승의 부작용에 손을 쓰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별도의 기사를 통해서도 “아베노믹스의 위험은 지나치게 멀리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일본이 머지않아 디플레이션이나 제로 금리보다 인플레이션이나 고금리가 더 나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마쓰우라 히사오 노무라증권 부사장은 “재정적자가 일본 시장에 중요한 이슈인 만큼 일본 국채 수익률이 명목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넘어선다면 아베노믹스는 게임 오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