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형생활주택 왜 찬밥으로 전락했나

입력 2013-05-3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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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줄이고 주차공간 늘려야…높은 분양가도 문제”

도시형생활주택은 오피스텔과 함께 수익형부동산의 대표적 물량으로 꼽힌다. 하지만 시장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은 찬밥신세다. 공급과잉과 주차공간 부족, 높은 분양가 등으로 수요자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밀렸다.

이 상품은 정부가 2009년 서민과 1~2인 가구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입한 주거 형태로 단지형 연립주택과 원룸형 2종류가 있다. 1~2인 가구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 중 1~2인 가구의 비중은 40%를 넘었다.

그러나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각종 문제점을 노출하며 시장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하고 있어 개선책이 절실하다.

◇공급 많지만 수요 충분치 않아 = 도시형생활주택은 우선 과잉공급이 큰 문제로 꼽힌다.

31일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도시형생활주택의 분양실적(공급량)은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로는 △2010년 1062건 △2011년 5931건 △2012년 8483건 △2013년(5월 현재) 3387건이다.

이처럼 공급량은 계속 늘고 있지만 정작 수요는 많지 않다. 또 지역에 따라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입지조건이 좋으면 수요는 꾸준하나 대부분의 물량은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도권의 한 물량은 절반 이상이 비어 있을 정도다.

안소형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 팀장은 “도시형생활주택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량이 늘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익형부동산 정책이 주변 인프라가 잘 갖춰진 오피스텔에 집중되다 보니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비즈니스콘텐츠 팀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월세주택이 쏟아지다 보니 수요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이로 인해 오피스텔이나 원룸, 부분 임대형 아파트(아파트에 원룸이 딸린 형태로 독립된 공간 보장되는 물량) 등에 관심을 가지는 수요자가 늘고 있어 도시형생활주택 물량 공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차난·높은 분양가도 문제 = 주차공간 부족과 높은 분양가도 도시형생활주택의 골칫거리다.

서울시 소재 도시형생활주택의 주차공간이 10가구당 4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공동주택과에 따르면 2009년 5월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약 4년간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도시형생활주택 3568건, 7만6180가구가 인허가를 받았지만 주차면수는 3만575개로 가구수 대비 40.1%에 그쳤다.

도시형생활주택의 분양가는 비싸기로 유명하다. 도입 초기부터 분양가가 높게 측정되다 보니 수익형 상품이라고 해도 투자하려는 사람이 줄게 되고 이미 산 사람도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 수익형 물건이지만 무리하게 투자한다면 개인 사업 실패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들은 주의를 당부했다.

안소형 팀장은 “전세난 해소를 위해 공급했지만 주차 공간 부족 등으로 사람들은 오피스텔로 눈을 돌렸다. 이로 인해 미분양 문제가 생기고 수익률도 낮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장재현 팀장은 “도입시 새 주택이라고 분양가를 높게 측정했으나 사람들의 선호도는 낮아지고 있다. ‘월 60~70만원대 도시형생활주택에 거주하느니 50~60만원대 오피스텔에 사는 게 낫다’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지배적이다. 결국 취지에 맞지 않게 새로운 투자 상품을 만든 꼴이 됐다”고 설명했다.

◇‘좁아도 너무 좁아’ 신혼부부도 불편해 = 이 물량은 오피스텔과 달리 중대형이 없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1~2인 가구 중심으로 공급되다 보니 3인 이상 가족은 입주를 할 수가 없다. 또 오피스텔에 비해 협소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도시형생활주택은 원룸이나 투룸 형태다. 즉, 3인 이상 가족이 살 수 없고 신혼부부가 신접살림을 차린다고 해도 공간이 너무 좁아 생활하기 불편할 정도다. 이로 인해 공급은 늘고 있는데 비해 수요가 맞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팀장도 “최근 공급된 주택이어서 시설은 깨끗하지만 화장실과 욕실이 좁아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물량 조절 및 주거환경 개선해야 = 부동산전문가들은 공급량 조절과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정부에서는 대출금리 인하와 주차장 완화 등의 개선책을 내고 있으나 정부의 뜻대로 도시형생활주택이 시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안 팀장은 “공급물량 조절과 주차장 확충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도 “이 물량은 인허가부터 시공 완공까지 1~2년 정도 걸린다. 현재는 계속 공급이 늘 수밖에 없지만 앞으로 공급량을 조절한다면 향후 2년 후에는 축소되는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물량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선 주차장 확대 및 주변 편의시설 확충도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4·1대책 후속조치로 전용 30㎡ 미만 원룸 주택은 가구당 0.5대, 30∼50㎡ 이하는 0.6대의 주차장을 설치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이 개정안은 지난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다음달 4일부터 시행돼 도시형생활주택의 주차난은 전보다 나아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윤 연구원은 “정부는 주차장 등 제도를 더 확대해야 한다. 또 각종 편의시설 부족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만큼 제도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오피스텔처럼 시장에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오피스텔보다 임대료가 싸다는 장점을 수요자들에게 부각시킬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으로 대지면적 문제해결을 위해 용적률을 더 확보해 주거공간을 보장해줘야 하고 허술한 관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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