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해운업체의 절반 이상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해운업체 상당수가 유동성 위기로 정부의 긴급지원이 절실한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국내 해운업체 99개사의 지난해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한 기업은 56%에 해당하는 55개사로 집계됐다. 평균 영업이익 감소폭은 146%에 달했다.
해운업체들의 급격한 수익성 악화는 세계 경기 불황으로 매출액은 감소한 반면,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는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업체들의 지난해 평균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전년대비 5.6% 줄었으나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는 각각 0.1%, 6.8%씩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해운물동량 급감, 운임 하락, 유가·원자재 등 운영원가의 상승 등으로 경영난에 빠진 해운업체들이 많다”며 “경기불황과 함께 원금상환시기 도래, 이자비용 등 부채에 대한 부담이 커져 자금유동성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진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업체 99개사의 유동비율을 살펴보면 전체기업의 75.8%가 100% 미만을 기록했으며, 전년 대비 유동비율이 악화된 곳도 56.6%에 달했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 이하면 급격한 유동성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같은 해운업 경기불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의가 최근 국내 해운업체 175개사를 대상으로 긴급설문한 결과, 최근 경영상황에 대해 ‘좋지 않다’라는 답변이 63.4%로 ‘보통이다’(31.4%)이라는 응답과, ‘좋다’(5.2%)라는 답변을 크게 앞섰다.
해운경기 회복시점을 묻는 질문에도 ‘내후년에나 좋아질 것’이라는 기업이 44.0%, ‘내년 하반기’를 꼽은 기업이 28.6%로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반면 ‘올해 안에 회복될 것’이라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더 큰 문제는 해운업 경기가 올해 안에 회복되지 않을 경우 30%에 가까운 기업들이 경영 한계상황에 직면할 것이란 점이다. 최근 해운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할 여력이 있는지를 묻자 ‘이미 한계상황’이라는 답변이 9.7%였고, ‘올 상반기가 한계’라거나 ‘올 하반기가 한계’라는 답변이 각각 5.7%, 13.1%에 달했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해운업계는 지난 몇 년간 계속돼 온 글로벌 경기침체와 매출원가 상승 등으로 수익성 저하와 함께 유동성이 악화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해운업체가 유동성을 보강하여 선박노후화에 대비하고,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원리금 상환과 LTV 적용기간 유예 등의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