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채는 자본” 논란 일단락… 자금난 기업 ‘숨통’

입력 2013-05-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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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국내기업 첫 발행… 주식 대납 ‘풋옵션’ 논란

지난해부터 자본이냐 부채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져 온 신종자본증권(영구채권)이 사실상 ‘자본’으로 결정됐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산하 해석위원회는 지난 14일(런던 현지시간) 정례회의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영구채권을 사실상 자본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기업들의 영구채 발행이 이어질 전망이다.

◇영구채, 현금 결제 의무 없으면 자본 인정 = 일반적으로 영구채는 만기를 사실상 영구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채권으로, 회계기준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2003년부터 은행 등 금융회사가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영구채를 적극 활용해 왔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해 10월 초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는 금융회사를 제외한 국내 기업이 발행한 첫 영구채다.

국내 일반기업 영구채가 첫 단추부터 논란을 빚은 것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제시한 발행 옵션 조항 때문이다. 발행 5년 뒤 투자자들이 풋옵션(매입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두산인프라코어가 현금 대신 주식으로 갚도록 규정한 조항이 문제가 됐다.

계약에 따르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에게 이자를 종전보다 훨씬 많이 지급하거나, 원리금 명목으로 사전에 정해놓은 수(액면금액 15달러40센트당 보통주 1주)의 자기주식을 교부해야 한다. 투자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이자비용 가산(스텝업) 조건과 주식교부청구권 등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는 “풋옵션 조항이 있을 경우 통상 영구채는 현금으로 상환하는데 두산인프라코어는 주식으로 ‘대납’할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며 “이 부분에 대해 문의한 결과 이런 옵션에 상관없이 영구채는 자본으로 분류한다는 게 IASB의 잠정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영구채 발행 남은 과제는 = 두산인프라코어 문제는 우선 일단락됐지만 향후 영구채 논란은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또 영구채 발행 확대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구채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던 해운사의 경우 재무구조가 지난해 말보다 크게 악화되면서 발행한다고 해도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회계기준상으로는 자본으로 인정되지만 실질적 기업평가에서는 부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금감원도 옵션 조항에 따라 영구채를 일반 자본과 똑같이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금감원은 회계기준원으로부터 보고받는 대로 영구채에 적용할 신용환산율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정할지 검토할 예정이다. 신용환산율이 100%라면 전부 부채로 본다는 뜻이다.

신용평가사도 회계기준상 자본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기업의 신용평가에서는 내부 규정에 따라 자본 인정 비율을 별도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증권사 IB 관계자는 “그동안 신종자본증권 발행의 발목을 잡은 것이 바로 자본, 부채 논란이었다”며 “앞으로 자본으로 결론 날 경우 신용등급 AAA급 대기업들이 국내 또는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두산인프라코어와 같은 조건이나 기존 자본 인정 기준에 부합하는 조건 외에 새로운 조항이 붙어 논쟁이 되면 다시 국제적 수렴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영구채

특정 시점 이후 조기 상환하거나 만기를 연장할 수 있는 채권. 채권과 주식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어 하이브리드채권으로 불린다. 만기 연장 시 투자자에게 이자만 계속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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