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생태적 틈새이론과 창조경제의 힘-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입력 2013-05-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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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잘 쉬셨습니까?’, ‘하루종일 존중받았습니까? ’, ‘많이 웃었나요?’, ‘일은 재미있고 많이 배웠습니까? ’,‘즐겁다고 자주 느꼈습니까?’.

여러분은 어느 정도 동의하시는지요? 동의하는 정도가 바로 여러분의 행복지수입니다. 63% 이상이면 여러분은 상대적으로 행복한 국민입니다.

갤럽은 이 5개 항목으로 지난해 전세계 148개국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행복지수를 발표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63%로 세계 97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행복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있지만, 측정할수 없으면 개선할 수도 없다는 계량적 과학론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의미있는 수치이다.

한국은 하루 자살자가 42.6명으로 OECD국가 중 꼴찌이다. 그것도 8년째 꼴찌다. OECD 국가의 평균 자살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비해, 한국의 자살율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이제 한국도 경제 뿐만 아니라 행복도도 관리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은 2010년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2011년 무역규모 1조달러시대를 연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행복도는 낮아지고 있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도 한국사회는 ‘스펙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학력경쟁에 뛰어들고 있고 우리는 불가능한 완벽함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수의 국민이 ‘나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목표를 향해 모두가 뛰어들다 보니 탈락한 다수의 상처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제 우리사회도 줄서기 경쟁을 벗어나 다양성이 존중받는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경제에 있어서도 이것이 범용품의 원가경쟁에서 차별화 제품의 에지경쟁을 열어갈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행복한 사회는 어떠할까? 무엇보다 공부 말고도 성공할 분야가 많다. 차별화, 다양화가 존중되며, 분야별 성공자는 모두 존경받는다. 그러니까 꼭 공부만 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의 개성과 능력을 발휘하며 만족한 삶을 누려가고 있는 것이다.

스펙은 단지 해당 분야의 자격일 뿐이다. 스펙으로 줄서기를 하면 모두가 고함만 지른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을 해주면 “나는 이 정도로 충분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고함지르는 대신 듣기 시작한다. 브네 브라운 박사에 의하면 듣기 시작하면 ‘대화’가 시작된다. 이것이 사회와 연결이 된다. 그래서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 진다.

칭찬해주면 아이디어가 생긴다. 창조의 시작이다. 이것이 창조경제를 위한 우리의 숙제다. 우리 사회는 다양성이 너무 부족하다. 다문화인종에 대해서도 인색하고 해외동포에까지 닫혀있다. 이제 우리사회가 ‘다르다’는 사실에 관대해져야 한다. 미국 도시들중 게이가 많은 곳에 창조성이 높다. 왜냐하면 관대함의 수준(tolerance level)이 높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어떠한가? 혹시 스펙의 노예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제 틈새의 주인이 되라. 생태적 틈새(Ecological niche)이론이 있다. 생태적 틈새란 ‘하나의 개체가 공간에서 유지되고 활동하기 좋은 자신 만의 최적의 위치’를 의미한다. 생태적 틈새전략은 기존경쟁자와 자신 만의 최적틈새를 선정하여 전문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가는 전략이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전문가(specialist)가 되어 자신 만의 적소를 찾기 보다 일반형(generalist)이 되어 늘 전쟁하면서 힘들어하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이다.

이제 전문형으로 가야 할 때이다. 욕심부리지 말고 ‘틈새’를 추구해라. 경제발전도 이제 양적 경제에서 질적 차별화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어떤 제품도 시간이 흐르면 모방되고 범용품이 된다.

우리 기업이 이제 똑같은 제품을 생산원가로 싸우는 시대는 끝났다. 죽음의 원가사이클이라는 국가산업경쟁력 가설이 있다. 지금까지 원가가설의 축복시대였다. 그러나 원가경쟁력의 운명적인 순번은 늘 신흥국가로 돌아간다. 원가에만 매달리면 더 싼 원가의 신흥국기업에 밀리게 될수 밖에 없다.

이제 열심히 하는 시대에서 분야별 전문틈새에서 에지있는 삶을 살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창조경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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