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과잉방위로 볼 수 없어”
동거남을 흉기로 살해한 50대 지체장애인 주부의 정당방위 주장이 항소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춘천 제1형사부(오석준 부장판사)는 5일 동거남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신모(51·여)씨가 “살인의 고의가 없고,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낸 항소를 기각했다.
휠체어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신씨는 2008년 10월 피해자인 A(53)씨와 동거를 시작했다.
당시 A씨는 신씨의 식사와 목욕 등을 도와주며 자상하게 대했지만 술을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날이 잦았다.
사건 발생 전날인 지난해 9월 30일에도 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신 A씨는 신씨와 집 전세 문제 등으로 말다툼을 벌였다.
이 일로 밤새 술을 마신 A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해 10월 1일 오전 신씨에게 술잔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하자 또다시 폭행과 함께 흉기로 위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신씨는 A씨가 술에 취해 잠시 내려놓은 흉기로 A씨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 과정에서 신씨와 변호인은 A씨의 폭행·협박으로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A씨가 내려놓은 칼을 들고 방어행위를 하다가 살해하게 됐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주장대로 A씨와 서로 흉기를 잡고 실랑이를 벌였다면 A씨는 일어설 수 없는 피고인과 달리 더 높은 위치에서 공격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A씨의 몸에 난 흉기 자국은 위에서 아래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고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서로 흉기를 잡고 실랑이를 하던 중 찔린 것이라고 하기에는 흉기 자국이 지나치게 깊고 방향도 깨끗할 뿐만 아니라 방어흔도 없다”며 “동거남에게 당한 폭력의 보복으로 피해자를 공격한 행위로 보이는 만큼 정당방위나 과잉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는 만큼 원심 형량은 적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