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선진국, 신기록 위한 장비개발 뜨거운 경쟁
첨단 장비가 도입되면서 스포츠 현장은 세계신기록 풍년이다. 첨단 장비로 ‘날개’를 단 선수들은 세계신기록 경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독일 등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 스포츠 스타들의 눈부신 성적 뒤에도 첨단 장비가 뒷받침하고 있다. ‘빙속여제’ 이상화(24)는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지난해 11월 월드컵 1차 대회를 시작으로 무려 8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1월 20일, 21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6차 대회 500m 1차 레이스 한국 최고기록(36초99)에 이어 2차 레이스에서 세계 신기록(36초80)을 수립, 세계 최고의 단거리 선수로 우뚝 섰다. 0.01초 단축도 쉽지 않은 단거리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연이은 신기록 수립이 가능했던 것은 첨단 소재와 기술이 융합된 유니폼 덕이 크다. 이상화의 유니폼은 소재·디자인은 물론 작은 줄무늬 하나에도 과학이 숨어 있다. 공기 저항은 최소화하면서 신체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집약됐다.
남자 마라톤 한국기록(2시간7분20초) 보유자 이봉주(43)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과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당시 맞춤형 마라톤화를 신었다. 그의 마지막 무대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28위)이었다. 이봉주는 당시 무더위 속 평탄한 코스 공략을 위해 ‘쌀겨’를 섞어 밑창을 만든 맞춤 마라톤화를 신었다. 한 켤레 제작 비용은 6000만원 이상이다.
2012 런던올림픽은 첨단 장비의 격전장이었다.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는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육상 남자 100m와 200m에서 세계기록을 세웠다. 볼트는 당시 신발 한짝 무게가 204g에 불과한 특수제작 운동화를 신었다. 볼트와 함께 자메이카 육상 단거리 대표로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아사파 파월(31·자메이카)의 운동화 한짝은 186g으로 볼트보다 더 가벼웠다.
첨단 장비는 한국선수들의 메달 획득에 있어 숨은 공신이었다. 남자 수영 자유형 200m 은메달 리스트 박태환(24)은 물의 저항을 덜 받는 신소재 반신수영복을 입고 역영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때도 반신수영복을 입고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박태환은 런던올림픽 때는 일본 생산공장에서 특별 제작, 메달 획득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다.
배드민턴 남자복식 동메달을 획득한 이용대(25)는 최신형 라켓으로 위력을 발휘했다. 내구성이 강한 티타늄과 탄력이 뛰어난 카본을 활용해 무게를 줄인 제품으로 강한 스매싱과 체력 안배에 도움을 줬다.
남자 사격 2관왕 진종오(34)는 10m 공기권총에서 오스트리아산 스테이어의 LP10E로 ‘금빛 과녁’을 명중시켰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사용한 LP10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전자 방아쇠가 부착, 방아쇠를 당길 때의 압력이 일정하게(500g) 유지된다. 진종오만을 위한 특별판으로 원가는 300만원에 달한다.
남자 양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법민(22)도 특별한 활을 쐈다. 손잡이 부분에 알루미늄 대신 카본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임동현(27)과 오진혁(32)이 사용했던 알루미늄 핸들(1300g)보다 100g이나 가벼워 활을 당긴 후 더 많은 진동을 흡수, 흔들림을 방지한다.
남자 탁구 주세혁(33)은 러버(라켓 면 고무)를 최대한 팽창시킨 라켓을 사용했다. 이 라켓은 탄력이 우수할 뿐만 아니라 스핀력도 강화시켜 강력한 드라이버 스매시가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