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골드바’ 인기
# 사업가 A(55)씨는 최근 포트폴리오를 확 바꿨다. A씨의 포트폴리오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골드바 구매에 따른 금투자 비중이 크게 높아진 점이다. A씨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채권 등 안전자산 투자 40%, 주식투자 20%, 은행예금 20%, 주가연계증권(ELS) 등 대안투자 20%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A씨는 최근 은행예금과 안전자산 투자를 각각 10%씩 줄이고 골드바를 사들여 실물 금투자 비중을 20%로 대폭 늘렸다. 금값 하락기, 저렴한 값에 금을 사들여 향후 상승기 때 차익을 얻는다는 계획이다. A씨는 국제 금시장을 지속적으로 살펴보면서 주식이나 예금 비중을 줄이고 골드바를 더 구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골드바 열풍은 은행들의 골드바 판매 실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2010년 8월부터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골드바를 판매해 온 신한은행은 최근 골드바 판매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1~9월까지 월 평균 200kg 정도에 머물던 골드바 판매는 이후 매월 2배 수준인 400~500kg으로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절반(2000만원)으로 낮아지면서 자산가들의 수요가 몰린 탓이다.
골드바 열풍으로 신한은행의 금적립 통장인 골드리슈도 인기다. 금 실물의 직접적인 거래 없이 통장에서 금을 매입·매도할 수 있는 상품으로, 국제 금값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잔액은 지난해 말 4829억원에서 올 3월 말 기준 5107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4일부터 골드바 판매에 뛰어든 KB국민은행은 출시 이틀 만에 7억여원 어치의 골드바를 판매했다. 전국 23개 PB센터에서 자산가들을 상대로 골드바를 판매 중인 KB국민은행은 단 이틀 동안 35건, 6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후 지난 12일까지의 판매 금액은 234억원에 달한다. 하나의 PB센터 당 10억원 정도를 판매한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하반기부터 골드바 판매를 전 영업점으로 확대, 골드바 열풍을 이어갈 계획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 금융상품은 저금리 때문에, 주식은 북핵이나 유럽위기 등 불안정한 국제정세 탓에 자산가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여기에 금융종합소득 과세 강화가 더해지면서 자산가들이 금투자로 눈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 미니 골드바에 젊은층도 구매 열기 = 골드바 종류가 1kg, 100g, 10g 등 다양해지면서 여윳돈이 있는 젊은 세대들의 골드바 구매가 증가한 것도 골드바 열풍의 한 요인이다.
골드바 매매가격은 국제 금 시세와 환율 변동에 따라 결정된다. 1kg의 골드바 매매가격은 보통 5000만~6000만원대 수준이지만 10g은 60만원대면 살 수 있다. 이에 따라 정기 예·적금에 몰리던 젊은층이 투자 패턴을 변경, 골드바로 일정 부분 수요가 옮겨간 것. 실제로 은행 영업점에는 30~40대 젊은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2~3% 수준에 그치는 예·적금 금리에 투자처를 고민하던 젊은 직장인들이 골드바 구매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주로 10g짜리 미니 골드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에 젊은 세대까지 골드바 투자에 가세하면서 최근 은행에서는 뭉칫돈이 쑥쑥 빠져나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올 2월과 3월 모두 정기예금 잔액이 2조5000억원씩 감소, 3월 말 기준 정기예금 진액은 553조30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금 투자는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골드바는 사고 팔 때 수수료(4~5%)를 떼고, 뿐만 아니라 구매시 10%의 부가가치세도 내야 하는 만큼 구입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즉 적어도 10~15% 이상의 수익률이 나야만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장기 투자를 하는 고액 자산과들과는 달리 단기에 투자 성과를 보려하는 젊은층의 경우 골드바 투자도 좋지만, 금 실물을 간접적으로 거래하는 골드뱅킹(현물인출 시 부가세 10%만 부담)이나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예·적금 상품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