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ㆍ삽화 방민준(골프칼럼니스트)
절친한 내과의사 친구는 그에게 꼭 골프를 배우게 하고 싶었다. 그는 아주 낮은 싱글 핸디캐퍼였다.
“70 넘어서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 골프야. 나중에 늦게 골프채를 잡은 것을 후회하지 말고 내 말 들어.”
그래도 치과의사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내과의사 친구가 꾀를 냈다.
“자네가 1년 안에 100타를 깨면 내가 1년 동안 그린피를 대신 내줄게.”
이 말에 치과의사 친구는 구미가 당기는 듯 반응을 보였다.
“나중에 딴말 하는 건 아니겠지?”
“물론이지.”
“움직이는 공도 잘 치는데 가만있는 공은 식은 죽 먹기지.”
내과의사는 친구에게 쓰던 골프채를 물려주고 연습장에 등록해 레슨프로까지 붙여 주었다.
치과의사는 두어 달 열심히 골프를 배우고 익혔다. 생각한 것보다 재미도 있고 운동도 되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내과의사는 “그만하면 필드에 나가도 되겠어”라고 한 마디 하곤 친구를 필드로 데려가 머리를 올려주었다. 고수가 시키는 대로 볼에 손을 절대 안 대고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라운드 한 결과 스코어는 120에 가까웠다. 친구들은 “첫 라운드에서 그 정도면 아주 잘 한 거야”하고 말했지만 스포츠에 만능인 치과의사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3개월이 채 안되어 세 번째 라운드에서 100타를 깨고 네 번째 라운드에서 90대 초반의 스코어를 냈다.
치과의사의 구력은 어느덧 30년이 훌쩍 지났다. 언더파도 자주 쳤고 핸디캡을 1로 놓은 적도 있다. 요즘은 비거리가 줄어 젊은이들과 라운드 하는 게 다소 벅찬 듯하지만 30년 전에 골프를 강권한 내과의사 친구에 대한 고마움은 여전하다.
“그때 그 친구가 억지로 골프 연습장으로 끌고 가지 않았다면 내가 지금까지 환자를 치료할 수 있었을까 자신이 없어요. 아시다시피 치과진료는 중노동이지 않습니까. 점심시간에 잠깐 연습하고 주말에 필드로 가지 않았다면 벌써 쓰러졌을 거예요.”
그러면서 덧붙였다. “그 친구 지금 내 밥이에요.”
그는 지금도 비거리가 줄어드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려고 연습을 한다. 혹시 골프를 아는 환자가 오면 치료를 하는 중에도 골프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큰 낙이다.
도대체 골프가 뭐 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