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수 전 검찰총장 등 '경업금지 위반' 논란
사업목적이 겹치는 대형 상장사들이 선임한 사외이사들의 겸직에 대한 법적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현행 상법은 사외이사에 대해 3곳 이상의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비상장사와 상장사를 통틀어 2곳까지 겸직을 허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상법 397조도 사외이사의 겸직을 제한하고 있다. 상법 397조는 이사의 경업금지 조항이다.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이 없으면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이사가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조항에 적용되는 이사는 법인 등기등본상 등기돼 있는 모든 이사를 말한다. 사외이사가 등기임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의 승인이 없으면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는 다른 회사의 등기이사직을 함께 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상법 397조에 명시된 ‘영업부류에 속하는 거래’를 놓고 법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 선상에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삼성전자와 두산의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는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다. 롯데제과와 아모레퍼시픽 사외이사인 송재용 서울대 교수도 마찬가지다. 롯데제과는 식품제조, 제과 이외에도 부동산임대업, 의약품 제조·판매, 화장품 제조·판매를 함께 사업목적에 넣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사업목적으로 화장품 제조·판매를 두면서도 의약품 제조·판매, 부동산업 등을 명시하고 있다. 두 회사의 사업목적 3개가 그대로 겹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두산도 주력 사업목적 이외에 4개정도의 부수적인 사업이 같다.
해당 회사측은 양측 법인의 주력 사업목적만 같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수십개의 사업목적 가운데 두 회사의 주된 사업목적이 겹치지만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제과측도 이사 선임전 해당 조항에 대한 검토가 있었고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반면‘영업부류에 속하는 거래’를 판단하는 기준이 등기등본에 명시된 사업목적인 만큼 겹치는 부분이 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주력 사업목적 이외의 사업도 현재 영위하고 있거나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법 잣대를 적용할 경우 이사회 승인이 없는 대형 상장사들의 사외이사 겸직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또 “해당 조항이 포괄적으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사외이사 선임에 혼란이 없도록 법무부의 법률적인 판단과 법 조항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법무부측은 사업목적이 겹치는 회사들의 사외이사가 상법에 저촉될 개연성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명쾌한 대답은 내놓지 않고 있다. 법무부 상사법무과의 한 관계자는 "등기이사인 사외이사가 사업목적이 중복되는 기업에 겸직할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에 위반돼 상법상 경업금지(제397조)에 저촉될 개연성이 있다“고 밝히면서도 개별 사안에 따라 법률적인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