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배의 동서남북]‘수직증축’ 손바닥 뒤집은 국토부

입력 2013-04-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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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한다고 합시다. 만약 아파트라도 무너지면 과연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이는 불과 지난해 까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의 기본입장이었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은 물론 주택 정책 담당자까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이같은 소신은 한결같았다. 마치 불문율이나 성역을 보는 듯 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4.1 부동산 대책 직전까지도 구조안전상 문제가 없는 수직증축 허용없이는 리모델링 활성화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강경한 정부의 고집 아래 이런 요구는 '쇠 귀에 경 읽기'에 그쳤다. 나아가 분당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주민들이 이를 계속 요구하자 국토부는 지난 2011년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11차례나 관련회의를 했지만 역시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한달 보름만에 정부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정책은 180도로 바뀌었다. 안전성 문제는 전문가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보완하면 된다는 것이 국토부측의 설명이다.

한달 남짓한 기간에 수직증축 리모델링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신기술이라도 정부가 개발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주택정책 담당자들도 대부분 그대로다. 바뀐 이는 대통령 뿐이다.

손바닥 뒤집는 정책 변화는 주택 리모델링에 국한되지 않는다. 또다른 사례가 이명박 정부의 대표 주택사업인 보금자리주택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 5년간 4대강과 더불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불가침 영역’ 그 자체였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여지 없이 무너졌다.

국토부는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 그린벨트 내 신규 보금자리 지구 지정을 중단하고 기존 지구도 공급물량 및 청약시기 등을 조정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질의응답 자료는 더 가관이다. 보금자리주택 정책에 대해 “2009~2018년간 총 150만호 공급계획은 별도로 관리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사업 폐기 방침을 밝혔다.

사실 4.1부동산 대책을 자세히 뜯어보면 지난 정부 때 건설업계나 전문가들이 건의하거나 지적하지 않은 사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국토부 등 정부가 수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바뀐 것은 오직 정권 뿐이다.

이에 호사가들은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MB와 민영화"라고. MB가 했던 일들은 일단 바꿔놔야 성에 찬다는 의미로 보인다. 이렇다보니 정권이 바뀐 후 이번 리모델링 등 정책이 100% 뒤바뀌는 과정에서 정부가‘영혼없는 공무원이나 정부’라는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사실 관계가 어찌됐건, 국토부 공무원들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어지면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국토부가 시장 정상화를 위한 주택대책을 내놨지만 정권에 따라 입장이 100% 바뀌는‘영혼 없는 공무원’이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국민행복과 희망의 새시대를 강조하는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국민들이 이런 구태의 고리를 이번엔 끊어주길 바란다면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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