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중 칼럼]빚내서 복지공약 지키겠다고?

입력 2013-04-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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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논설실장
정부와 새누리당이 추경 재원을 어디에 쓸 것이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차질액 6조원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을 매각하지 않아 발생할 세외수입 결손 6조원 등 12조원의 세수 부족분을 먼저 메우겠다고 하고, 새누리당은 경기회복을 위해 우선 배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론적으로 추경 재원은 경제활력 회복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우선 투입하는 게 옳다.

정부가 내세우는 근거에 비춰서도 그렇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한 3.0%에서 2.3%로 대폭 낮아질 것이라며 세수 차질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재정절벽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세금감면 혜택이 끝나고, 정부 지출이 줄어들면 경기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추경이 대규모로 편성돼야 한다는 의도에서 한 경고지만, 재정절벽에 처하지 않으려면 경기활성화를 위해 추경 재원을 우선 사용하는 게 옳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재정의 역할을 확대한다면 연말에는 3%의 성장률 달성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경 재원으로 세수 부족분을 먼저 메워야 한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추경 규모를 최대한 늘려 20조원 수준으로 편성하더라도 12조원의 세수 차질액을 먼저 메우고 난 후 나머지 8조원으로 성장률을 0.7%포인트 정도 끌어올려야 하는 데 이는 터무니없다. 더욱이 추경 규모가 20조원에 못미친다면 더더욱 기대난망이다.

결국 국채를 발행해 세수 부족분을 먼저 메우겠다는 것은 빚을 내 복지공약사업을 고수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앞으로의 세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에서도 경제활력 회복은 시급하다. 우리 경제가 조기에 회복되지 않아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고, 복지공약을 축소하지 않는다면,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빚을 내야 하는 구조적인 재정적자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를 뒤흔든 유로존의 위기는 과도한 복지지출 때문임을 너무나 잘 알지 않는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공약한 대대적인 복지정책들이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기존 세출사업을 유지한 채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통해 복지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은 비관적이다. 이런 이유로 복지공약을 제로베이스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재원이 한정돼 있다면, 생산적인 부문에 집중 투자하는 게 옳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에서는 복지보다는 일자리 창출 등 경제활력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임은 자명하다.

중장기 재정 계획의 수정도 불가피하다. 공공부문의 지출과 사업의 구조조정도 이뤄져야 한다. 지금은 덧셈의 경제보다 뺄셈의 경제가 필요하다.

일반 가정의 경우를 봐도 그렇다. 가계 수입이 줄면 당장 지출을 줄인다. 과외비, 외식비, 문화비가 삭감 1순위다. 심지어 아파도 병원을 안 가고 약국에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가계의 최종 소비 지출액을 조사한 결과에서 이같은 소비 행태는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소비지출액은 전년에 비해 3.8% 증가했지만 2011년의 전년 대비 증가율 6.2%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 기간 주거비 및 수도광열비, 식료품비 등 기초생활비 비중이 전년에 비해 늘어나자 교육비와 오락문화, 교통·통신비 지출 비중을 낮췄다. 의식주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삶의 질 관련 지출 비중을 줄인 것이다. 가계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익이 줄거나 적자가 나면 불요불급한 경비 절감에 나선다. 홍보·광고비와 접대비가 삭감 1순위다. 또 투자 우선순위도 조정해 내부유보를 높인다.

가계와 기업이 이럴진대 국가 재정은 리스크 관리를 더욱 엄격히 해야 한다. 지금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3%대 중반으로 급락했고, 인구구조 등에 비춰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사항을 금과옥조로 여겨 고수한다면 어렵게 유지해온 재정 건전성의 훼손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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