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산하 기관장 ‘좌불안석’, 왜?

입력 2013-03-28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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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부 출범으로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장들의 줄퇴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27일 오전 '국토부 산하 기관장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국토해양부 제공)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의 수장들이 ‘좌불안석’이다. 새 정부와 새 장관을 맞이하면서 MB정부의 색이 짙거나, 임기 만료가 임박한 기관장들을 중심으로 퇴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27일 오전 국토부 중회의실에서 산하 기관장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승환 장관과 부처 고위 관계자들을 비롯 산하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의 기관장 총 14명 등이 참석했다. 사장석이 비어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영근 부사장이 대리 참석했다.

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새 정부 국정비전 및 목표 등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국정과제가 성공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실천계획을 수립해 적극 추진하자”고 강조했다.

단순하게 보면 ‘열심히 일하자’는 원론적인 얘기로 보일 수도 있으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산하 공공기관 인사는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해 달라”고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면서 언급한 ‘국정철학’을 재차 강조했다는 점에서 머지않아 찾아올 기관장들의 줄퇴진을 복선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한 서 장관은 “국정과제인 공공기관 부채 종합관리시스템 구축과 공공기관 책임경영 강화 등 합리화 계획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MB정부 당시 상당수 국토부 산하 공기업들이 대규모 채권을 발행해 경영부실을 초래하는 등 ‘방만 경영’ 논란을 가져온 데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과 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부채는 200조원 이상으로, 국가부채(약 445조원)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당장 LH의 부채 규모만 보더라도 지난해 말 기준 138조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MB맨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국정철학이 다르다는 이유로, 부채 규모가 큰 기관의 수장들은 경영책임의 명분으로 옷을 벗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맞물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기관장들의 조기 퇴진도 점쳐지고 있다. 7월까지 임기가 남은 김건호 사장(한국수자원공사)은 이달 초 사표를 제출한 상태다. 이밖에 변정일 이사장(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은 5월 임기가 만료되고, 성시철 사장(한국공항공사)·이지송 사장(한국토지주택공사)·김영호 사장(대한지적공사) 사장·김경수 이사장(한국시설안전공단) 등도 8~9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이미 일부 기관장은 사표를 제출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건호 수공 사장의 경우 사의 표명 사실이 지난 26일에야 언론을 통해 알려졌지만, 실제 사표 제출일은 이보다 2주 이상 빠른 3월 9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굳이 사표 제출 여부를 따지지 않더라도,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퇴진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국토부 산하 기관장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공공기관장 간담회가 굳은 분위기 속에서 형식적인 보고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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