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서부터 삼성, LG 등 대기업까지… '늑장신고'가 화 키워
최근 국내 주요 산업시설에서 각종 사고가 연달이 일어나면서 국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노후 시설 문제도 있지만 환경‧안전관리 시스템이 확대된 생산설비를 쫓아가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이미 9건… ‘안전 불감증’ 만연= 24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업시설 안전사고는 총 9건에 달한다.
지난 22일 경북 구미시 소재 LG실트론 공장에선 불산‧질산 등이 섞인 혼산액이 누출됐다. 폐수가 지나가는 배관에 구멍이 나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오전엔 청주시 소재 SK하이닉스반도체 공장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도체를 세척하는 밀폐공간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포항시 소재 포스코 제철소에서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앞서 지난 14일엔 전남 여수산단 내 대림산업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6명이 죽고 11명이 다쳤고 지난 5일엔 경북 구미공단 내 구미케미칼에서 염소가스가 누출됐다.
지난 2일에는 LG실트론 구미공장에서 불산·질산·초산 등이 섞인 용액이 새는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 1월27일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불산이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15일 청주공단 내 유리가공업체의 불산 누출사고, 같은 달 12일 경북 상주 웅진폴리실리콘 공장에서 염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연달아 발생하고 있는 산업계 안전사고. 안전 불감증에 걸린 업체들의 늑장 신고가 더 큰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LG실트론과 SK하이닉스 사고 때도 업체들이 사고 발생 4~6시간이 지난 후 늑장 신고를 해 논란을 빚었다. 특히 LG실트론은 자체 신고가 아닌 소방당국의 문의로 16시간 만에 사고발생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포스코 폭발사고와 대림산업 사고도 신고가 늦은 바람이 화를 키운 ‘인재’라는 지적이 많고 웅진폴리실리콘 사고는 자체 수습하려는 업체의 잘못된 판단 영향이 컸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불산 누출 사고 역시 사고 발생 26시간 만에 누출 사실이 공개된 바 있다.
◇현실 따라가지 못한 부실한 ‘안전관리 시스템’= 이 같은 잇단 안전사고 발생 이유로는 업체들의 안전 불감증과 더불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안전관리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대림산업 폭발사고는 제때 설비를 교체 및 보수하지 않거나 안전은 뒷전인 성과 우선 경영 형태의 후진국형 참사로 꼽힌다.
대림산업 사고 현장 설비는 1989년 설치돼 20년이 넘었다. 또한 하도급 업체 직원들을 투입해 안전 수칙도 지키지 않고 연장근무를 강행하다 사고가 났다. 인건비 등을 아끼기 위해 안전관리 등은 뒷전에 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이와 함께 급속히 확대‧발전되는 생산설비의 현실에 맞는 향상된 안전관리 시스템이 부재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상적인 안전관리 능력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데다 사고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을 강제할 안전장치도 미비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