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국민연금]연금개혁 전문가 진단… "고령화 진행 빨라 다층보장 적립식 모델이 최선"

입력 2013-03-2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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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다른 나라의 모델을 무조건 따라하는 것보다 한국만의 사회적 특징을 고려해 국민연금 체계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은 400만명, 65세 이상 노인 수는 600만명 정도 된다. 베이비붐 세대가 완전히 은퇴하기 전까지는 헌정사상 경제활동 인구가 가장 많다. 이는 곧 이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부양 인구가 최고 수준에 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변화를 두고 연기금 운용 방식과 모델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층보장 체제의 적립식으로 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금센터장은 연기금 운용과 관련, 최근 많이 언급된 유럽의 부과식(현세대의 세금으로 윗세대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비쳤다.

윤 센터장은 “지금도 400만~600만명에 달하는 노인 부양이 어려워 고민하고 있는데 후세대에 8배 이상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무리”라며 “현재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한 65세 노인을 위해서는 세금으로 기초노령연금을 운영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현세대가 직접 노후를 해결하는 적립 방식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65세 인구는 2060년대까지 1700만명, 2070년은 최대 185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현재 기초노령연금 수급자의 4배, 65세 이상 인구의 세 배나 되는 수치다.

윤 센터장은 이어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이 노후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며 “재정건전화 관점에서 보험료 인상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오건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연금이 늦게 시작됐고 고령화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며 “현재의 국민연금은 후세대의 재정 부담이 크므로 기초연금 비중을 높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소장은 “스웨덴이나 유럽처럼 의료, 주거에 있어 다양한 복지제도가 자리 잡으면 기초연금을 줄여도 되지만 한국은 연금을 제외하면 사회보장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보편적 연금인 기초연금을 두텁게 짜야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기초연금의 소득대체율이 15%까지 올라가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30%까지 낮출 수 있어 재정안정에도 도움이 된다고 힘줘 말한 뒤 새 정부가 증세는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기초연금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든지, 소득대체율을 늘리든지 결국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현세대의 공정 보험요율은 약 13%이지만 현재 9% 부담밖에 안 한다”며 “윗세대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 빚을 내거나 후세대가 부담하는 부과식은 세대 이기주의”라고 꼬집었다.

문 부장은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지금이라도 적립방식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초고령화 사회(총 인구 대비 노인인구 20%)로 진입하기까지 미국은 14년, 프랑스 41년, 독일 40년이 소요되지만 한국은 7년밖에 안 된다. 저출산 기조가 완화된다 해도 급증하는 노령층을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연금 기금을 따로 운영하지 않았던 유럽 국가들은 경제호황, 저출산 걱정 없던 1980년대 이전까지 부과식으로 공적연금을 운영했지만 연금개혁 이후 일부를 적립하는 모델로 제도를 개혁했다. 독일은 연금 보험료의 2.4%를 적립하는 것으로 제도를 변경했고 스웨덴도 보험료의 2%를 적립하는 명목확장기여방식(NDC)을 취하고 있다.

그는 또 “현재 국민연금제도 밖에 있는 사람들이 노후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면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편입돼 재정 지출이 커진다”며 “정부에서는 사각지대 축소를 위해 두루누리 사회보험뿐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을 거부하는 입장에 대해 행정조치를 취하는 엄격한 규제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상균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적립금을 처음부터 큰 규모로 운영했기 때문에 이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수준 높은 투자전문가나 금융전문가에게 자율권을 줘 기금운용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연기금 규모가 커져 대체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SOC(민간투자사회간접자본) 방식이든 채권 혹은 주식이든, 중요한 것은 제1금융권의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금은 장기적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므로 일시적 수익 감소를 비난해선 안 되며, 먼저 국민연금기금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연기금이 채권, 주식 등에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금융시장을 혼란시킨다는 우려가 있지만 초기보다 높아졌을 뿐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이 아니다”라며 “다른 국가에서도 뒤늦게 적립식 모델로 전환하는데 향후 기금을 잘 운용하면 고갈되지 않는다는 신념을 국민에게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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