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의 야단법석]의사 비리 감싸는 의사협회

입력 2013-03-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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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동색’이라는 속담이 있다. 처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한패가 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한의사협회의 최근 행태를 보면 이 속담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의협이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300여명 대다수에게 소송비를 대주면서 구제하겠다는 등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의협은 ‘선량한 의사’들이 제약사의 꾐에 빠져 사기를 당했다면서 마치 떳떳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제약사측의 거짓 회유에 속아’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이라 법적 처벌 근거가 없다’며 큰소리 쳤다. 즉, 제약사가 사회통념으로 납득할 수 없을 만한 큰 돈을 줘 사기를 당했고, 그 시기도 법적용 이전이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억울할 법도 하다. 그동안 죄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따져보자. 상대에 속아 되레 돈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속았다는 부분도 납득할 수 없다. 2011년 A병원 원장은 20분 분량의 인터넷 동영상 강의료로 회당 240만원씩 모두 3600만원을 받았다. 다른 의사들이 받은 강의료도 상식선을 뛰어 넘는다. 한 연구소의 조사를 보면 대학교수급의 기업 강의료가 시간당 평균 40만~50만원이다. 초등학생이 보더라도 대가성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적발된 비리행태를 보면 △병원 인테리어 공사비 1억원 △3000만원짜리 내시경 장비 구입비 △병원 광고비 △자녀 어학연수비 1400만원 △가족 해외여행비 790만원 △1100만원짜리 명품시계 △1600만원짜리 고급 오디오세트 △법인카드, 현찰, 상품권, 기프트카드를 받는 등 가히 비리 백화점 수준이다.

결국 의협이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의사들을 감싸겠다는 것인데, 기가 찰 노릇이다. 오히려 리베이트 범죄를 부추기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의협은 한 달 전 사법당국의 대규모 수사 결과의 실체가 드러나자,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는 ‘자정선언’으로 백기를 들었는데도 처벌수위가 과하다고 항의하는 것이라면 큰 오산이다.

사법당국은 이번에도 관대했다. 1000만원 이상 등의 기준으로 고작 124명만 사법처리 대상이다. 대부분 벌금형으로 구속자는 없다. 국민의 상식에서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또한 의협은 ‘리베이트 쌍벌제’의 법 적용이 모호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계속 주장한다. 상식을 벗어난 부정한 돈을 받지 않으면 될 것을 괜한 법 타령이다.

한마디로 의협은 침통한 분위기속에 ‘뼈를 깎고 환부를 도려 내겠다’며 국민에게 사죄를 해도 시원치 않을 형편이다.

게다가 대한병원협회가 ‘의료산업 발전 저해’ ‘너그러운 법 판정 기대’ 운운하며 의협을 거들고 나섰다. 꼭 20년 전, 서울시내 종합병원 10곳이 이번에 적발된 제약사 등 10곳으로부터 의약품납품 ‘수수료’로 344억원을 받은 것이 적발됐다. 그때 병원들도 무죄를 주장하며 지금의 의협처럼 당당했다. 그야말로 초록은 동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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