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덫에 빠진 박근혜 정부

입력 2013-03-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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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증가→원리금 부담→가처분소득 감소 '악순환'

박근혜 정부가 출범 시작부터 가계부채 덫에 단단히 걸려들었다.

빚을 내 빚을 갚는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저소득층의 부채상환 능력은 사실상 사라졌고, 이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자생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국민행복기금으로 부채를 탕감,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장미빛 청사진은 시작단계부터 재원마련과 예상외로 골이 깊은 가계부채 문제와 정면으로 맞딱드린 양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대출이 있는 저소득 자영업자가 사실상 빚을 갚기 어려운 상태로 분석되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박근혜 정부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경제위기로 소득이 줄면서 ‘생계형 가계대출 증가→원리금 부담 증가→가처분소득 감소’의 악순환에 빠졌기 때문이다. 실제 저소득층의 채무상환비율(DSR·원리금/소득)은 251.4%에 달한다. DSR비율이 40%가 넘으면 고위험가구로 분류된다.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것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금융대출이 많은 자영업자가 사업악화로 소득이 급감하며 저소득층으로 추락했다는데 있다. 이는 국민행복기금으로 채무탕감을 실시해 중산층을 복원하겠다는 새정부의 조기 공약 이행에 장애요소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은 가처분소득 대부분을 원리금 상황에 쓰는 부채의 악순환에 빠져 중소득층으로 성장할 기회가 차단됐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저소득층 증가와 중산층 붕괴는 소비위축을 가져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246만7000원, 241만2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6%와 1.38% 증가에 그쳤다.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증가율이 2분기 연속 2%선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경기둔화와 저성장 장기화 불안감으로 민간부문의 소비지출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가계소득 증가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데 있다. 소득여력이 있는 계층도 고령화와 노후준비 자금 마련 때문에 가처분 소득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부채를 감면해줘도 다시 부채가 쌓일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의 상황을 감안할 때 채무감면 대책 이외의 소득 증가 등 부가정책이 함께 실시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새정부의 채무감면 대책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근로 사업 확대, 최저임금 현실화 등 소득 증가 방안과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부채감면 과정에서 형평성이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대두되지 않도록 기준을 명확히 해야 또 다른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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