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미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여전히 세종청사에 내려와 구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면서 기재부 현안을 챙기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예정대로라면 박 장관은 성균관대학교에서 풋풋한 대학생들 앞에서 강의하고 있어야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여·야간 정쟁으로 아직 국회에서 표류 중이어서 새 내각 구성을 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박 장관은 현재 ‘투잡’을 뛰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여·야 간 불통과 대립으로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가 지연돼 사상 초유의 긴 국정 공백을 나타내고 있다. 이 모습을 바라보면서 박 장관이 기획재정부를 맡아 소통과 실용적 국정운영을 하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박 장관은 권위를 버리고 소통으로 뚝심 있게 현안을 잘 처리해 기재부 공무원들이 역대 장관 최초로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꼽은 인물이다.
또 박 장관은 EPB(옛 경제기획원)출신이지만 EPB로 분류되지 않고 MB정부에서 득세한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틈바구니에서 마지막 마무리 장관으로 기재부를 이끌어 왔다. 박 장관은 관료, 학자, 정치인을 모두 거쳤지만 현안에 대해서는 전혀 관료나 학자, 정치인의 냄새가 나지 않을 정도로 소탈하고 실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박 장관은 형식과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기재부 공무원들과 소통을 하면서도 물러설 수 없는 현안에 대해서는 뚝심 있게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자신을 위해 충분히 정치인·관료·학자의 모습을 보여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부드럽게 정면 돌파를 하는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지난해 총선이나 대선 기간 중 정치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맞서 재정 건전성을 끝까지 지켰나갔다. 또 그는 종교인의 과세나 국회의 쪽지 예산 등 민감한 현안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청와대, 여·야가 서로 불통으로 오로지 정쟁 목적으로 부딪치는 것을 보면서 박 장관의 소통과 실용적 국정운영 모습이 생각난다.
현재 국민은 정부조직개편안이 어떻게 짜맞추는지보다는 가계부채 문제나 물가, 경기침체 문제 해결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 지난해 대선 때 정치권 개혁 목소리를 냈던 여야 정치인들이 선거가 끝나자 안면을 바꾸고 자기 밥그릇 찾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에 국민의 실망이 크다.
새 내각 구성을 못 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현안이 뒷전으로 밀리는 국정 공백을 보고 있다. 현재 청와대나 여·야 정치인들은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두고 서로 국민을 생각해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이지만 과연 국민을 생각한 대립인지 의문이다.
새 내각이 구성될 때까지 끝까지 현안을 챙기고 최선을 다하며 국민을 생각하는 박재완 장관의 퇴장 모습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