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열풍에 유기농 시장 커졌지만 '눈속임' 많아
국내에서 조미료를 생산하는 한 유명 기업의 홍보실에 올해 새로운 미션이 떨어졌다. 화학 조미료에 첨가되는 MSG를 둘러싼 편견과 오해, 무해함을 적극적으로 알려 기업 이미지나 제품 판매에 일조하자는 것이다.
기업 홍보와 제품 홍보에만 역량을 쏟아도 모자를 판에 MSG와 관련된 여러 오해를 풀자고 당찬(?) 계획을 세운 건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도 뒤늦게 MSG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소비자에겐 이미 건강에 안좋은 재료로 낙인 찍힌 상태. 웰빙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항상 체크하는 항목중의 하나가 돼버렸다. 게다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MSG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을 건강식당으로 분류해 소개하면서 그렇지 않은 식당과 비교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대구 동구청은 1월부터 실시 중인‘위생검사 청약제'를 통해 식당의 위생상태는 물론 MSG 사용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 포항시는 이달부터 도입한 ‘건강음식점’ 인증 기준에 MSG 사용 여부를 포함시켰다. 학교 급식과 외식업체 종사자들에게 관련 교육도 시키고 있다.
천연의 세계를 논하면서 뜬금 없이 MSG 얘기를 하느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천연식품·천연화장품 마케팅에서 MSG를 빼고서는 대화가 안 된다. 식품 안전성 부분에서 소비자에게 MSG만큼 예민하게 영향을 미치는 물질도 없다. 대부분 MSG가 없다거나 식물성 계면활성제를 첨가했다고 하면서 모두 ‘천연’이라고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지는 중금속 화장품 파문에 화학 성분이 적은 천연·유기농 뷰티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연히 천연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을 믿기 어려운 소비자는 아예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쓰던가 無 화학성분 화장품만을 고집하기도 한다.
화장품시장에선 이런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춰 자연주의나 오가닉 등을 앞세워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국가마다 기준이 다르고 종류도 많아 일반 소비자는 제품에 표시된 내용물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천연시장은 현재 그 규모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유기농 식품 시장만 지난해 3조원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여기에 화장품과 패션, 생활용품, 의약품, 콘돔 등을 모두 합치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예상된다.
‘천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유기농이다. 주말농장에서 직접 채소를 길러 먹고, 자신이 농사 짓기 힘든 건 생활협동조합 회원으로 가입해 유기농 제품을 사먹는 인구가 늘고 있다.
흡수력 좋은 친환경 기저귀나 천연암반수만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스웨덴을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지역은 청정 펄프산업이 발달돼 있다. 이곳의 펄프 제품들은 무염소 표백처리를 통해 피부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엄마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 곳에서 생산된 기저귀 제품이 잘 팔리는데 이 중 스웨덴 기저귀 브랜드의 인기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에도 천연 제품은 소리 없이 잘 팔리고 있다”며 “경기가 어려워도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에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