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 존재감 사라져… 안 측은 민주당도 ‘구정치’ 세력으로 몰아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귀국을 나흘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안 전 교수가 서울 노원병 출마입장을 밝히면서 4월 재보선이 ‘안철수 선거’가 돼버렸고, 민주당은 이 지역에 후보를 낼 것인지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5·4전당대회도 안 전 교수의 정치권 복귀에 이목을 끌지 못하면서 민주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분위기다.
우선 노원병에 후보를 낼 것인지 여부를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제1야당으로 후보를 내는 게 원칙이지만 지난 대선 때 안 전 교수가 문재인 전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점을 들어 이번엔 민주당이 양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완주 의원은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 전 교수가 나온다고 후보를 안내는 것은 비겁하고 제1야당의 책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영환 의원 등은 이미 “안 전 교수가 대선 후보를 양보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민주당이 화답할 차례”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민주당을 두 번씩이나 도와준 안 전 교수에게 결례가 되지 않을까”라면서도 “본인(안 전 교수)이 귀국해 정확한 발표를 하기 전까지는 유동성이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선 패배 후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당 혁신논의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은 당초 10월 재보선쯤으로 안 전 교수의 복귀시점을 보고, 그를 영입하기 위한 혁신 논의 등을 이어갔다. 하지만 대선 패배 후 당 상황을 추스르기도 전에 안 전 교수가 복귀 입장을 밝히자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안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야권의 정계개편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음에도 현재로선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당의 한 초선 의원은 “모두가 혁신하자고 소리치고 있지만 솔직히 디테일이 떨어지고 무엇을 혁신할 지 구체성이 없다”며 “당분간 안철수와 새 정부를 중심으로 언론의 조명이 쏟아질 것이고, 민주당의 존재감은 더 떨어지게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안 전 교수 측은 자신들을 ‘우군’으로 바라보고 있는 민주당과는 달리 야당과도 각을 세우는 등 야권연대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나서 주목된다.
안 전 교수 측 정기남 전 비서실 부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 난맥상이나 127석을 지닌 제1야당인 민주당이 계파 투쟁에 매몰돼 존재감 없는 상황과 한심한 정치적 상황이 안 전 교수의 정치적 결단 끌어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