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통화 대비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별로 일본 업체들이 엔화약세를 활용하는 전략이 다르지만 수출시장에서 경쟁하고는 있는 국내 업체들은 실질적인 가격인하 공세에 대비한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자동차, 조선, 기계, 철강 등 수출경합도가 높은 국내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대응전략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김강오·정동익·김연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철강의 경우 오히려 판매가격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시점으로 판단되고, 자동차는 경쟁강도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전략이 시급하며, 조선·기계·중공업의 경우 엔화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펀더멘털 훼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우선 철강은 일본의 철강업체들은 제품 수출비중이 높고,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엔·달러 환율변동에 중립적인 포지션이다. 엔저효과로 수요산업의 생산성이 향상하면 판매량 증가가 기대되어 실적 개선 기대감은 유효하다. 하지만 엔화표시 투입원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을 위해 내수판매가격 인상이 필요하고, 공격적으로 수출가격을 인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동남아시장이나 일본 시장을 제외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며, 오히려 판매가격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연구원들의 분석이다.
자동차의 경우 엔화 약세 장기화시 일본 완성차 메이커들의 상품 경쟁력 향상 및 부품 메이커들의 다변화가 예상되므로 현대차 그룹 및 한국 부품 메이커들은 향후 경쟁강도가 심화될 수 있다. 단 내연기관 연비개선 관련 현대차의 니즈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현대위아의 DCT 및 터보차저 관련 수혜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조선·기계·중공업 부문에 대해서는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원들은 “일본 조선사의 부활이 염려되며, 또한 주요부품을 본국에서 CKD방식으로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중국건설기계 시장에서도 일본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의 경합은 아직 크지 않지만 일반상선, 건설기계, 공작기계 등 일본업체들과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 산업의 경우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센티멘트 악화뿐 아니라 실질적인 펀더멘털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