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 '탈통신'…현대차는 제철·제강업 추가
무엇보다 주주총회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들이 꺼내들 신규사업 카드다. 경우에 따라서는 ‘황금알’이 되거나 ‘쪽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월 26일 현재 유가증권 시장에서 정기주주 총회 개최와 관련해 이사회 결의 내용을 공시한 곳은 342개사(외국기업 제외)로, 이중 51개 기업이 사업 목적을 추가한 안건을 상정한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어려운 경영 상황을 극복하려는 나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SKT·KT, ICT 기술 기반 ‘탈통신’ 방점 = 국내 1·2위 이동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 KT는 올해 ‘탈통신화’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오는 22일 정기주주 총회를 개최하는 SK텔레콤은 ‘기계설비공사업 등 건설업’을 신규 사업 추진에 따른 목적 사업으로 추가할 계획이다. 이는 건물 에너지 관리시스템과 연결된 것으로, SK텔레콤은 현재 빌딩 내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하는 ‘클라우드 벰스’ 사업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이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벰스’는 에너지 설비를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내부 전력망을 지능화하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SK텔레콤이 본사 건물에 적용한 결과 기존 대비 7.2%의 전력 소비를 줄여 연간 1억16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말 현대백화점 울산점에 이 시스템을 공급한 데 이어 국내 25개 대형병원, 호텔 등과도 협의 중이다.
KT는 ‘에너지진단사업, 에너지절약전문사업, 기타 에너지이용합리화 관련 사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앞서 KT는 서울 마포에 위치한 에너지통합운용센터(TOC)에서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다.
KT는 지난해부터 자사 사옥에 이 솔루션을 적용해 연간 13.7%의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또 전국 이마트 110여개소의 전력 수요관리(DR)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IT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주총은 오는 15일로 예정돼 있다.
◇굴뚝산업, 연구개발·공정개선 집중 = 현대자동차는 오는 15일 주총을 통해 ‘기타 제철 및 제강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부품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현대차는 이날 유관법 개정에 따라 기존 ‘가스시설 시공업(4종)’ 사업 목적 조문을 ‘가스시설 시공업’으로 변경한다.
같은 날 주총을 여는 현대제철은 ‘산소 제조 및 판매업’의 기존 사업 목적을 ‘산업가스 제조 및 판매업’으로 바꿔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 이용의 효율성을 높인다.
역시 같은 날 ‘창고업’을 포함해 2개의 목적 사업을 추가하는 LS산전은 ‘축전지와 동 부문품 및 시스템의 제조·판매’를 통해 올해 에너지저장솔루션(ESS) 사업을 본격화한다. ESS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의 핵심 기술로, 발전소에서 과잉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일시적으로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해 주는 저장장치다. ESS는 신재생에너지, 전기자동차 등에서 성장성이 부각되고 있다.
◇제일모직·에스원·모나미 사업영역 확대 = 제일모직은 오는 15일 열리는 주총에서 ‘화장품의 제조 판매업’ 등을 추가한다. 회사 관계자는 “신규 사업은 아니고 패션사업 부문에서 운영하는 편집 매장(여러 품목을 모아놓고 판매하는 매장)의 판매품 중에 화장품이 들어가 있어 목적 사업에 추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안업체인 에스원은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발전설비 제조·유통’ 등을 사업 목적에 신규로 집어넣는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세부별로는 에너지컨설팅(온실가스 및 에너지 목표 관리제, 친환경 건물설계 컨설팅 포함), ESCO(에너지절약전문기업) 사업 등이다.
문구·완구 업체 모나미는 오는 29일 주총을 계기로 의료용품과 의료기기 판매 사업에 진출한다. 주력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헬스케어 사업으로 살길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여건을 모두 갖춘 넥센은 오는 22일 자회사의 주식(지분) 취득, 소유, 관리 등 지주 사업과 관련된 안건을 상정하고 주주들의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이후 넥센은 4월 말 지주회사 전환 신고를 통해 모든 절차를 완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