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위기의 건설사 이대로 놔둘건가 - 이상혁 사회부 기자

입력 2013-02-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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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놀랍지도 않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쓰러지니 이거 원…”

사석에서 만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업계의 부도사태와 관련해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

시공능력평가 13위의 쌍용건설이 유동성 악화를 견뎌내지 못하고 26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건설사들의 부도 도미노 공포가 가시화되고 있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이 회사는 현재 유동성이 300억원 수준에 불과해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600억원을 상환할 수 없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쌍용건설은 줄곧 시공평가 순위 상위권을 유지해온 데다 해외건축사업에 일가견이 있는 업체로 꼽혀온 만큼, 이제는 중견건설사뿐 아니라 대형건설사들도 유동성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그간 건설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막대한 고용창출을 맡아왔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는 국민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대한건설협회의 분석 결과 10위권 건설사의 고용 영향권은 8만871명, 11~50위 4만2813명, 51~100위 1만7679명, 101~300위 9867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건설사 중 한 곳이 무너지면 근로자 8만여명이 길거리에 나앉게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새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과 관련해 뚜렷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 이후 수차례 대통령직인수위 등에 건설경기 부양대책을 건의했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 정부가 4대강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지탄받고 있음을 의식해 대형 토목·개발사업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린다는 느낌마저 준다.

그나마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감면 연장과 하우스푸어 대책 등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건설경기가 살아나지 않고는 부동산 시장 회복 역시 요원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SOC사업 확충 등 업계의 일감 마련부터 최저가낙찰제 등 제도개선에 이르기까지 손 댈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직 집권 초기인 만큼 구체적인 안은 차차 꺼내놓는다 하더라도, 건설산업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제스처(?)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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