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유쾌통쾌]유통가 거물들의 이선후퇴

입력 2013-02-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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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최고경영자들의 최근 행보가 세간의 시선을 끈다. 대한민국 대형마트 1,2위 업체 수장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의 2선 후퇴가 그것이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 사내이사 자리를 동시에 내놨다. 회사측에서는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이미 예정됐던 일이라며 정 부회장의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승한 회장은 오는 5월 15일 홈플러스 창립 기념일날 16년간 지켜왔던 최고경영자직에서 내려온다. 테스코 본사는 홈플러스와 테스코그룹 발전을 위한 새로운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라며 ‘영예로운 CEO 은퇴’라고 추켜세웠다.

하지만 유통업계 최대 거목인 이마트와 홈플러스 수장들의 2선 후퇴는 공교롭게도 비슷한 점이 많다.

먼저 경제민주화 정책의 본격적인 가동에 따라 각각의 회사에 닥친 어려움을 이번 결정으로 헤쳐나갈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다.

신세계의 경우 검찰 조사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그룹 분위기 쇄신을 위해 정 부회장이 전격 사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내이사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건 아니기 때문에 분위기 전환용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정 부회장의 전격 사퇴가 그룹이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퇴가 어떤 의미이든 어려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회심의 한 수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홈플러스의 경우는 이승한 회장에게 은퇴 시기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고 밝혔지만 그의 갑작스런 사퇴에는 변화된 국내 영업 환경에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듯 보인다.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따라 새점포 진출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향후 성적표도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아래 인적 쇄신을 통한 변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최근 본사인 영국 테스코가 홈플러스의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번 이승한 회장의 은퇴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대한민국 유통을 좌지우지한 빅맨들의 사퇴를 단순히 자사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용도로만 이해하고 있진 않다. 수출 위주의 산업 정책 속에 그동안 소외돼왔던 대한민국 유통산업이 이제서야 자리를 잡았다면 새로운 질적 도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다.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은 유통기업들을 옥죄면서 정치적 반사이익을 얻어왔다. 소비자와 가장 밀접한 업종을 건드리면 그만큼의 정치적 효과가 배가되는 함수관계를 잘 알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이렇게 꼬인 실타래를 업계 자신이 풀지 않으면 계속 악순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용진, 이승한 두 거물의 사퇴 이후 대한민국 유통의 변화를 준비하고 산업적 지위를 높이는 데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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