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파주시가 상대적으로 수도권의 비인기 지역이고 중대형 열풍이 가라앉은 뒤 뒤늦게 입주한 아파트라는 특성이 있기는 해도 양상이 너무 심각했다. 전체 933가구 가운데 84.5%인 788가구가 대출을 받았고, 73.1%가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산 경우였다. 대출 가구의 전체 평균 대출금액은 3억원이 넘었고 전세액을 포함한 타인자본 총액은 3억8900만원이나 됐다. 특히 평형이 넓을수록 대출금과 전세액의 규모도 커 부동산 하락기에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LTV(주택담보인정비율)도 호가 위주인 다음시세를 기준으로 할 경우에도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 고부채로 분류하는 LTV 비율 60%이상 가구 비중이 50.2%로 절반을 넘었다. 이것이 일반적으로 금융권에서 적용하고 있는 호가 위주의 국민은행 시세를 기준으로 한 LTV 비율과도 유사한 수준일 것이다. 그런데 가장 최근의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면 LTV 비율 60%이상 가구 비중은 61.6%로 껑충 뛴다. 특히 아예 100% 이상인 가구는 다음시세 기준 1.8%에서 15.1%로 급증한다. 더 심각한 것은 대출금에 전세액까지 포함할 경우 LTV비율은 100% 이상이 절반에 육박하는 47.9%에 이르게 되고, 최근 경매낙찰가율인 70% 이상 가구 비중만 71.2%에 이르게 된다. 이들 가구들은 이미 깡통아파트, 깡통전세인 셈이다.
A아파트의 경우는 다소 심각한 경우일 수는 있으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실태는 흔히 금융권이 파악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 정책당국은 지금 상황이 일시적인 임기응변책으로 끝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요 아파트단지별 부채 실태를 조사해 위기관리 시나리오를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가계부채 폭탄의 화약고를 단계적으로 터뜨려 충격을 분산시키고 줄이는 것이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연착륙대책이라는 미명 아래 계속 부동산 거품을 키우다가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수준의 금융시스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한편 이번 PD수첩은 선분양제와 짝을 이뤄 3~5년 거치식의 주택담보대출 구조가 얼마나 큰 폐해를 낳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과거 민간건설자본이 취약한 가운데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주택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선분양제는 이미 건설업체가 과포화상태인 지금은 시대착오적 제도다. 소비자 입장에서 평생 살면서 사게 되는 가장 비싼 물건을 완성품 상태가 아닌 주택업체의 홍보물만 보고 사야 하는 세계에 유례없는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영종신도시처럼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덩그러니 들어선 상태를 본 후라면 누가 그 비싼 가격에 거기에 들어가 살려고 하겠는가. 더구나 분양후 입주까지 3년 정도 걸리는 선분양제와 거치식 주택대출은 건설업체와 금융권이 호황기 때 일반가계의 투기심리를 부추겨 무리하게 빚을 내 계약하게 한다. 반면 주택시장 침체기가 오면 수분양자들은 고스란히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된다. 이처럼 부동산 투기거품의 진폭을 키우고 수많은 가계를 약탈적 금융의 희생자로 만들어 하우스푸어로 전락하게 하는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 이런 시대착오적 제도를 고치는 것이 바로 진정한 개혁이고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