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경험 살려 푸르메재활센터 합류
“제 경험이면 한 아이라도 더 걷게 할 수 있는데 은퇴하고 나니 그럴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푸르메재활센터 두정희(53·여) 치료실장은 28년 중 24년을 장애아동과 함께했다. 하지만 은퇴 후에도 다시 치료사의 길을 선택했다. 고개도 못 드는 아이들과 그 아이를 ‘보통아이’로 만들겠다며 동분서주하는 어머니들 때문이다.
물리치료사인 그는 이젠 아이들 상태만 봐도 어떻게 치료하고 또 개선될 수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는 베테랑이다.
지난해 2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은퇴한 그는 푸르메재활센터가 그해 9월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합류했다.
시민 3000여명과 기업의 기부금으로 설립된 푸르메재활센터는 국내 몇 안 되는 장애아동 재활전문 치료센터 중 하나다.
자세만 유지해주면 되는 성인과 달리 아동은 돌발 상황이 많아 치료사가 종일 손을 뗄 수가 없다.
치료 경험을 통해서만 아동의 상태에 대처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어 환자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10년 정도 세월이 걸린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아동전문 치료사를 꿈꾸던 사람들도 체력적 한계와 낮은 보험수가 때문에 10년이 되기 전 성인전문 치료사나 요양원으로 옮기는 일이 흔하다.
두씨는 “치료받은 아이들이 어느새 30대가 돼 밥을 사달라고 찾아오기도 하고 혼자 유학을 가기도 한다”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봉사 수준의 월급을 받아도 전혀 상관없다”고 밝게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고 할 정도로 손가락을 까딱할 수 없던 아이가 어느날 비뚤어진 글씨로 한글과 영어를 쓸 때였다. 장애아라면 못 듣고 못 할 줄 아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들은 빨리 치료받을수록 상태가 좋아지는데, 11세가 넘을 때까지 골방에 방치되다 오는 경우도 많다”며 “아동전문 재활시설이 많아지고 치료사들의 대우도 좋아져 아이들과 부모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