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투자 암흑시대, ETF랩이 뜬다

입력 2013-02-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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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투자보다 시장 대응력 높여 인기몰이

재테크 암흑의 시대다. 글로벌 증시는 새해 들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유동성 효과에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내 증시는 환율하락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홀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저성장시대에 증시 이외에 만족할 만한 투자처를 찾기는 쉽지 않다. 투자자들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면서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펀드보다 거래가 쉽고 수수료가 낮을 뿐 아니라 다양한 기초자산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소득종합과세 한도가 낮아지면서 자본차익의 비과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ETF의 매력으로 꼽힌다.

증권사들은 ETF의 장점에 전문성을 결합한 랩 어카운트 상품으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ETF랩은 투자자 성향과 시장 상황에 맞춰 여러 ETF를 증권사에서 대신 매수해 주는 상품이다.

◇기존 랩도 ETF로 ‘업그레이드’

ETF가 투자의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증권사의 랩 상품에도 속속 활용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30일 ‘명품(名品) 자산배분형 랩 오페라(Opera) 2.0’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판매금액 1100억원을 돌파하고 연 8.74% 수익률(채권형·1월 28일 기준)을 기록하며 호응을 얻었던 자산배분형 랩 ‘오페라’의 업그레이드판이다.

기존의 오페라와 마찬가지로 한 계좌에서 국내외의 주식·채권, 대안자산, 유동성 등에 투자할 수 있다. 글로벌 경제환경 및 시황 변화에 따른 자산 비중 조정(리밸런싱)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릴 수 있게 도와준다. 오페라(Opera) 2.0은 금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자산에 직접 투자하던 기존 상품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ETF를 활용해 시장 대응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모든 운용상품에 ETF를 이용해 투자한다.

이재신 신한금융투자 랩운용부장은 “ETF는 한 종목의 투자만으로도 해당 ETF가 추종하는 특정지수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분산투자 효과를 볼 수 있다.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으며, 환매수수료 등의 제약 없이 유연한 운용이 가능해 ETF를 활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경기 회복에 중국투자 ETF랩도 ‘好好’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속도를 더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하듯,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월에 9.66%나 올랐다.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ETF랩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 증시가 저점보다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지난 2007년에 상하이종합지수가 6000포인트 수준까지 올라갔던 것에 비하면 아직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세계경제가 안정되면 중국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각 증권사들은 중국 본토 증시와 연계된 ETF랩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달 28일 출시한 ‘플렉서블 차이나(Flexible China) 랩’은 분석모델 ‘에퀴녹스(Equinox)’를 활용해 중국 본토에 상장된 주식을 지수화한 CSI3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다. 에퀴녹스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독자 개발한 투자심리 분석모델이다.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0~100%까지 조절하며 투자한다.

이 상품은 국내 상장형과 해외 상장형 2가지 유형으로 출시해 투자자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포함 여부에 따라 상품 유형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아임유 랩-중국본토 ETF’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본토 ETF에 전체 자산 중 70% 정도를 투자한다. 여기에 보조수단으로 홍콩H주 ETF와 국내지수 관련 ETF에 30%를 배분한다. 환매기간이 대체로 10일 이상 소요되는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와 비교할 때, 3일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ETF를 이용해 유동성을 높였다.

동양증권의 ‘MY W 차이코리아 ETF랩’ 역시, 중국 본토 ETF에 70%를 투자하고 나머지 30%는 국내 주식·채권 ETF에 투자한다.

◇시장 상황에 탄력적 대응하는 ETF랩도 인기

증시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ETF랩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금리+α’ 수준의 안정적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주로 찾고 있다.

KDB대우증권의 자산배분형랩 폴리원(Folione)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독자적인 자산배분 모델이 주는 신호에 따라 위험자산의 편입 비중을 0~100%까지 탄력적으로 조절한다. 시장 상승기에는 주식 ETF 등과 같은 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려 수익률을 올리고, 하락기에는 채권 ETF 등과 같은 안전자산의 투자를 늘려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현대증권의 ‘현대able 플렉서블(Flexible)-ETF 적립식 랩’은 지수 하락 시 레버리지 ETF의 매수 비율을 늘리고 지수 상승 시 레버리지 ETF 매수 비중을 축소한다.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춰 지수가 상승할 때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이다.

우리투자증권의 ‘우리 스마트 인베스터 랩’은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지수형 ETF에 지수 변동폭을 기준으로 내릴 때는 더 사고 오를 때는 덜 사는 방법으로 매입 단가 평균화 효과를 높여준다. 지난 2011년 출시돼 증권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ETF 자동분할 매수시스템 ‘스마트 인베스터’를 활용한 랩 상품이다.

손광현 동양증권 랩운용팀 과장은 “과거에 비해 시장의 변동성이 축소돼 고객의 목표 수익률 기대치도 줄어들었다”며 “ETF랩은 매매수수료와 증권거래세가 면제되고 랩 운임보수만 내면 되기 때문에 비용에서 저렴하다 보니 스마트한 투자자들이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매수익이 비과세된다는 점에서 절세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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