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우리·신한은행 ‘은행대란’… 남자 배구 삼성화재·현대캐피탈 경쟁
금융권 스포츠 마케팅의 최고 접전지는 여자 프로농구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삼성생명, KB스타즈, KDB생명 등 여자프로농구 6개팀 모두 모기업이 금융사들이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라이벌 구단으로 꼽히는데 손색이 없다. 스포츠 현장에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쟁구도가 심한 것은 실제 업계에서 이 두 은행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정도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6년 조흥은행을 합병한 이후 우리은행과 총자산 규모에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신한은행의 총자산은 258조원으로 우리은행(256조원)을 앞서면서 2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자기자본규모는 신한은행 20조원, 우리은행 18조원으로 비슷한 규모다.
두 은행은 개인금융보다 기업금융에 주력한다는 점에서도 닮은 꼴이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간 보이지 않는 경쟁도 강해 두 은행 간 기업대출이나 입찰경쟁에서 밀리면 큰일난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다.
이같은 두 은행 간 라이벌 의식은 농구코트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여자 프로농구에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정반대의 행보를 걸어온 팀들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시즌까지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여자농구의 ‘끝판왕’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2000년대 중반까지 강팀의 명맥을 이어왔으나, 최근 4시즌간 최하위에 머문 전형적인 약체팀이다. 더군다나 올 시즌 우리은행은 신한은행의 코치였던 위성우, 전주원을 코칭스태프로 선임했다. 여러모로 양 팀의 라이벌 구도가 흥미롭게 얽혀 있는 대목이다.
실제 4일 기준 우리은행의 전적은 21승 8패로 여자 프로농구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뒤를 신한은행이 17승 11패로 바짝 추격하는 양상이다.
임달식 신한은행 농구팀 감독은 언론을 통해 라이벌 의식을 느낀다면서 ‘은행대란’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만큼 구단주인 신한은행에서 내려오는 압박이 강하다는 방증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 또한 (신한은행과의) 맞대결에서 패배하면 그룹에서 무언의 압박이 내려온다는 농반진반의 증언(?)을 털어놨다. 하지만 신한은행 측은 감독·코치(전주원)에 이어 개막전 장내 아나운서까지 뺏어갔다며 우리은행의 적극적 견제를 토로하고 있다.
라이벌전의 치열함을 여실히 증명한 것은 지난달 24일 춘천에서 열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경기다. 이날 경기는 정규리그 1, 2위 팀의 경기라는 의미 이상의 응원 열기에 농구코트가 한층 뜨거웠다.
우리은행은 신입행원 200여명이 경기장을 찾아 소속팀의 승리를 응원했다. 이에 질세라 신한은행은 신입행원과 직원 350여명을 불러 더 큰 소리로 응원했다. 보통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이 정도 규모의 응원단을 동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만큼 양팀 간의 경쟁심이 강했다는 것이다.
취재열기 또한 뜨거웠다. 20여명의 기자들이 기자석을 꽉 메울만큼 남자 프로농구 못지않은 취재 열기를 보였다는 후문. 한 관계자는“마치 연세대와 고려대의 대항전처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강한 경쟁심을 보여주면서 서로 성장도 하고 해당 은행의 마케팅 효과도 배가되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삼성화재, LIG손해보험, 러시앤캐시, 현대캐피탈 등이 포진한 남자배구에는 단연 삼성화재가 선두를 달리는 양상이다. 4일 기준 남자배구는 삼성화재가 17승 3패로 1위를 차지, 현대캐피탈(13승 7패)을 가볍게 따돌리고 있다. LIG손해보험은 4위, 러시앤캐시가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자배구의 경우에도 라이벌 의식이 선두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 양상이다. 삼성과 현대가 그 주인공이다. 삼성화재(보험)와 현대캐피탈(금융)의 경쟁은 업계의 경쟁구도 만큼이나 치열하지 않지만 삼성과 현대란 이름을 건 경쟁은 남자배구 코트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
여자배구에는 흥국생명, IBK기업은행이 포진해 있다. IBK기업은행은 2010년 10월 창단해 이제 갓 두 돌을 넘긴 ‘막내 구단’이다. 그러나 창단 후 두 번째로 치르는 이번 시즌에서 IBK기업은행은 선두를 질주하며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4일 현재 기업은행은 17승 3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 배구팀이 이같이 신예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친 중소기업 정책과 스킨십을 통한 서민금융 확대에 주력해 온 기업은행의 성공사례와 닮아서 이채롭다.
기업은행 여자배구팀은 따로 만든 숙소에서 생활하는 다른 팀들과 달리 수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 집 5채를 얻어 선수와 코치들이 모여 살면서 지역주민들과 스킨십 행보를 해왔다.
통상 5~6명의 선수가 한 집에서 합숙 생활을 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가까운 중학교 체육관을 빌려 훈련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는 근처 구청의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어 사용한다.
헬스클럽을 동네 주민들과 함께 이용하기 때문에 이정철 감독은 특히 선수들에게 예절 교육을 철저히 했다고 한다. 때문에 선수단과 익숙해진 주민들은 조금씩 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응원을 보내는 우군이 됐다.
이 감독도 이웃들이 경기장을 찾으면 표를 사 무료로 입장하도록 돕는 등 ‘지역 밀착형 팬 서비스’로 보답하고 있다. 이같이 생활과 동떨어지지 않은 친근한 훈련이 선수들의 심리개선 증진에 크게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