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전국소년체육대회(이하 소년체전)의 정식종목 채택이 무산됐다.
전국 시·도 교육감들은 지난 17일 전남 순천의 에코그라드호텔에서 ‘전국 시·도 교육감 협의회’를 갖고 ‘골프의 소년체전 정식종목 채택’ 안건을 논의했지만, 반대 의견이 많아 보류했다.
예산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황홍석 경상남도교육청 주무관은 “골프는 다른 운동과 달리 연습환경을 조성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지만, 그만한 예산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라며 “현재로서는 골프의 소년체전 정식종목 채택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선수 부족도 원인이다. 전국 초·중학생 골프선수는 대부분 수도권에 편중돼 있어 지방 시·도 대표로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회장 이군현)의 선수등록 통계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생 골프선수는 총 1193명(남 943명·여 250명)으로 소년체전 출전자격이 있는 고학년(5·6학년) 선수는 남자 551명, 여자 392명이다.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전국 규모 대회를 치르기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있다는 지적이다.
주니어골퍼를 상대로 레슨을 진행하는 최원대(30·KPGA 세미프로) 씨는 “지방에서 열리는 초등학생 골프대회는 출전선수가 거의 없어 출전만 해도 입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도권을 제외하면 지방 시·도는 선수육성과 환경이 대단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골프업계는 이 같은 현실에도 골프의 소년체전 정식종목 제외에 대해 유감스러운 반응이다.
정승은 한국주니어골프협회 회장은 “골프는 이미 아시안게임 ‘효자종목’으로서 자리매김했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며 “어린 꿈나무를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나와도 부족한 상황에서 ‘골프선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소년체전에서 골프를 제외시켰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장붕익 서울특별시골프협회 회장은 “골프대중화와 올림픽 ‘효자종목’을 꿈꾸고 있지만 꿈나무 육성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전혀 마련되고 있지 않다”며 “소년체전 정식종목 채택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습환경과 선수 육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근시안적행적을 지적했다.
어린 선수들의 교육권 보장에 대해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김계환 한국골프컨설팅 대표는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경우 오전 수업 후 오후부터 훈련에 들어가지만 중학교 진학 후에는 운동에만 전념하기 시작해 대학까지 똑같은 패턴이 이어진다”며 “학업은 스스로의 의지이며,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공부를 하지 않는 운동선수와 공부를 하지 않는 선수에게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이 더 문제”라고 꼬집었다.
반면 골프가 소년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 전에 골프대중화와 골프에 대한 인식전환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재화 골프칼럼니스트협회 회장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골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대다수의 사람들이 골프를 즐기고 싶어도 즐기지 못하고, 부정적인 인식으로 가득한 상황에서 골프의 소년체전 정식종목 채택은 ‘뜬 구름잡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972년 서울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42회째를 맞는 소년체전은 전국 시·도를 순회하며 개최되는 스포츠 꿈나무들의 등용문이다. 각 경기단체에 선수등록을 마친 전국의 초등학교 5·6학년(만12세 이하)과 중학생(만15세 이하)이 참가하며, 축구, 육상, 수영, 테니스, 체조, 탁구, 핸드볼 등 33개 정식종목이 열린다.
한편 ‘전국 시·도 교육감 협의회’는 오는 3월21과 22일 양일간 광주광역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오철규 대한골프협회 사무국장은 “골프의 소년체전 정식종목 채택 타당성을 계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골프뿐 아니라 이미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경기단체에서도 세부종목 추가 요청이 이어지고 있어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는 골프는 뒷전인 것 같아 유감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